미국, 유럽, 인도 등 현지 생산거점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국내에 재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해외 자금 유턴 규모는 창사(1967년)이래 사상 최고액이다. 해외에서 번 돈을 국내 투자에 사용하는 이른바 '자본 리쇼어링'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주요 계열사 해외법인의 본사 배당액은 직전 연도 대비 4.6배 늘린 59억달러(7조8000여억원)다. 이 가운데 79%가 이달 중 서울 본사로 송금되며, 나머지 21%도 올해 안에 국내로 유입된다. 계열사 별로는 현대차 21억 달러(2조8100억원), 기아 33억 달러(4조4300억원), 현대모비스 2억 달러(2500억원)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울산과 광명의 전기차 전용공장과 기아 화성 전기차 공장 신설 등에 주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과 제품 라인업 확대, 핵심 부품 및 선행기술 개발, 연구시설 구축 등 연구개발(R&D) 투자에도 해외 배당금을 쓸 예정이다. 이 가운데 현대차 울산공장과 기아 화성공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과 4월 잇따라 방문했던 곳이다. 정부와 현대차그룹은 국내 전동화 투자를 기반으로 '글로벌 전기차 3강'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해외법인의 본사 배당액은 코로나19 확대 시기인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억 달러, 6억 달러에 불과했다. 2022년 13억 달러로 증가했다가 올해는 59억 달러로 큰 폭으로 확대된 것이다. 현대차 미국·인도·체코생산법인, 기아 미국·슬로바키아·유럽법인 등이 배당액을 크게 늘렸다. 해외 생산·해외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자본을 국내로 유입시키는 자본 리쇼어링 전략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것이다. 대규모 자본유입으로 국내 생산거점의 전동화 전환도 가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생산·판매 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차량의 수출 판매실적도 고공행진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들어 5월까지 합산 수출 대수는 100만대에 육박(총 96만989대·잠정치)했다. 전년 동기(75만5648대) 대비 27.2% 증가한 수치다. 2015년 이후 5개월 기준 최다 수출판매 실적이다. 올해 1·4분기 기준 국내공장 가동률도 현대차 112.9%, 기아 107.3%로 초과 가동 중이다. 판매 차량도 고부가 차종이 중심이 되면서 지난 1·4분기 상장사 영업이익 1위에 이어 연간 실적도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주로 소형차 중심으로 수출이 이뤄졌는데, 최근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나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등 친환경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으로 자동차 수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며 "수출을 견인하고 해외 자본의 국내 유턴 정책까지 가동해 자동차 산업이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최종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