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법인세 고치니 해외 자금 국내 유입 러시...'자본 리쇼어링' 10배 폭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2 17:18

수정 2023.06.12 19:37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주도..올 1분기부터 유입 확대 본격화
현대차그룹 창사이래 최대 해외 유보자금 유입
국내 전기차 공장 투자에 사용
이중과세 지적에 법인세 개정
올해 1월부터 해외 투자소득의 95% 비과세
기업 해외 자금, 국내 유입 물꼬 텄타는 평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전자를 필두로 국내 기업들의 '자본 리쇼어링'(해외법인 소득의 국내 투자 유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국내 투자가 활기를 띨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 개선, 환율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이중과세 지적이 제기됐던 법인세법의 개정 효과(올해 1월 시행)가 크다는 분석이다.

해외 유보금 국내 송금, 지난해 보다 10배 확대

12일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 배당수익(국내 송금액)은 올해 1·4분기 102억8450만 달러로, 전년 동기(16억4400만 달러)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 재투자를 위해 해외 법인에 쌓아둔 유보액은 35억2770만 달러에서 15억5330만 달러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법인세 고치니 해외 자금 국내 유입 러시...'자본 리쇼어링' 10배 폭증

주로 현대차, 삼성전자 등 주요 그룹을 중심으로 '자본 리쇼어링'이 적극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연초부터 해외 법인이 보유 중인 유보금을 대거 국내로 들여왔다. 삼성전자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배당금수익은 8조4400억원으로, 전년 동기(1275억원)보다 무려 60배가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유럽, 인도 등 현지 법인에서 총 59억 달러를 연내(상반기 중 79%) 국내로 들여와, 국내 전동화 전환에 투자할 예정이다. 포스코홀딩스(5202억원), SK이노베이션(3702억원), SK하이닉스(933억원) 등도 1·4분기 자본 리쇼어링에 가세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연초부터 주요 기업들의 해외 자금 국내 유입이 본격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법인세 고치니 해외 자금 국내 유입 러시...'자본 리쇼어링' 10배 폭증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국내로 보내는 배당수입에 대한 과세 규정 개정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4분기 대비 올해 국내 기업의 해외 배당소득 유입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면서 "올해 1월 1일 법인세 개정안이 시행된 게 국내 자금 유입에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뉴스1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뉴스1

법인세 개정, 자금 유입 물꼬 텄다

지난해 말 세법 개정을 통해 올해부터는 해외에서 먼저 과세된 배당금을 국내에 들여올 경우, 해당 금액의 5%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총액의 95%는 비과세)으로 전환됐다. 지난해까지는 해외 자회사의 잉여금이 국내로 배당되면 해당국과 국내에서 모두 과세된 뒤 일정 한도 내에서만 외국 납부세액이 공제됐다. 양쪽 국가에 낸 세금을 추후 돌려주거나 공제한다고 해도, 사실상 이중과세나 다름없어 기업 자금관리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해외 투자가 많은 기업들로선 국내 유입보다는 해외 계좌에 묶어놓는 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해외 유보금을 대거 들여오게 된 배경에 대해 "올해부터 시행된 법인세법 개정이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해외 유보금을 국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게 되면, 기업들로서도 국내 차입을 줄일 수 있어 재무건전성 관리가 한층 쉬워진다. 대규모 배당 유입으로 경상수지 개선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대규모 달러 자금 유입으로 환율 상승 압박을 완화시킬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이미 수년 전부터 해외 자회사 배당 소득에 대해 비과세하는 방향으로 과세 체계를 개편, 해외 유보 소득을 국내로 환류하는 성과를 거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미국 다국적 기업은 2017년까지 약 1조 달러의 해외 유보금을 보유했지만, 과세 체계 전환 후 이듬해인 2018년에는 약 77%에 달하는 7700억 달러를 자국으로 송금했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조사팀장은 "기존에는 이중과세 문제가 존재했는데 해외 자회사의 수익배당이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되면서, 해외에 유보할 필요 없어지게 돼 국내 자본 유입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나경 김준석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