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의식해 찬성 우세 기류였지만 "檢수사 과도·영장청구 무리" 부결
여론 반대 선택에 정치적 부담 커져
與 "방탄조끼 입혀 법망 피하게 해"
여론 반대 선택에 정치적 부담 커져
與 "방탄조끼 입혀 법망 피하게 해"
하지만 예상을 깨고 윤·이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검찰의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가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피로감과 부담감이 커진 상황에서 정치검찰의 기획수사라는 두 의원의 주장이 설득력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돈봉투' 사건으로 민주당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데다 이재명 당 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하고 박광온 원내대표가 재발방지 쇄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엄중한 사안에서 민주당이 체포동의안을 또 부결시키면서 향후 검찰 수사를 대비해 소속 의원을 보호하려는 '방탄국회'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윤·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무기명 투표를 실시한 결과 윤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의원은 139명, 반대한 의원은 145명, 기권은 9명이었다.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도 찬성 132명, 반대 155명, 기권 6명이었다.
이날 민주당은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자율투표했고,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찬성에 표결했다. 소속 의원 113명 중 구속 수감된 정찬민 의원을 제외한 112명이 모두 표결에 참여했다. 정의당도 소속 의원 6명이 전원 찬성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전원 찬성표(118명)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민주당에서 대다수는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제출된 현역 의원 체포동의안은 이번까지 총 5건이다. 민주당 노웅래(지난해 12월 28일)·이재명(올해 2월 27일) 의원은 부결됐고, 국민의힘 하영제(3월 30일)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이 찬성을 당론으로 권고하면서 가결됐다.
이번 체포동의안에 대한 그동안의 민주당의 기류는 여론을 의식해 찬성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상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당 내에서 검찰의 수사가 과도했고 영장청구는 무리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나 "개별의원들이 각자 판단에 따라 표결한 것"이라면서 "검찰 수사가 과도하고 무리한 영장청구였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검찰의 돈봉투 의혹 수사를 정치검찰의 기획수사라고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 당내에서도 검찰이 윤 의원과 이 의원의 혐의에 대해 증거로 제시한 녹취록이 편집됐다는 인식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도 "검찰에 악의적으로 짜깁기된 녹취록 말고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고, 호남 지역의 한 재선 의원은 "녹취록은 짜깁기일 뿐 아니라 사실이 아닌 무용담에 가깝기에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날 이성만 의원도 체포동의안 표결 전 신상발언에서 "검찰은 전당대회 매표를 위해 조직적으로 돈이 뿌려졌다는 '확증편향'을 갖고 이정근씨 녹취록에 있는 수많은 대화 중 일부 내용만을 갖고 혐의를 구성했다"면서 "만약 제가 구속된다 하더라도 할 수 있는 말은 '결백하다'는 말 단 하나"라고 단호하게 호소했다. 윤 의원도 공개적인 장소에서 돈봉투를 주기로 했다는 검찰의 주장 등을 비상식적이라고 반박하면서 "녹취록은 편집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이 최근 국회의원 29명에 대한 국회 출입기록을 요구한 것과 관련, 검찰의 수사가 민주당 의원 어디까지 향할지 모른다는 부담감이 커지면서 두 의원에 대한 동정론도 복합적으로 분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민주당이 돈봉투 의혹에다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논란이 겹치면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데다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과 정반대 선택을 하면서 민주당의 정치적인 부담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국민의힘은 두 의원은 위장탈당했고, 이재명 대표의 사과는 대국민 쇼였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민주당은 돈봉투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오염시킨 윤관석·이성만 의원에게 결국 갑옷과도 같은 방탄조끼를 입혀주며 법망을 피해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며 "두 의원은 몸만 떠났을 뿐 민주당에는 여전히 함께인 위장탈당이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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