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검찰에 구속기소된 삼성전자 상무, SK하이닉스 부사장 출신인 최모씨(65)는 중국에서 거액을 투자받아 반도체 제조회사를 설립하고 두 회사 출신 핵심인력 200여명을 고용했다. 한때 국내 반도체 공정 분야 최고 권위자로 손꼽혔던 최씨는 설계자료를 빼돌려 중국 시안에 삼성전자 복제공장을 지으려고 꾸몄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청두시로부터 460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대만 기업과도 약 8조원의 투자약정을 맺었지만 결국 불발에 그쳤다. 공정 배치도와 설계도면은 삼성전자가 30년 이상 수많은 시행착오와 연구개발,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얻은 영업비밀에 속한다.
기술유출 범죄는 피해에 비해 처벌 수위가 너무 낮은 점이 문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술유출 범죄의 처벌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서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전경련은 법정형 대비 약한 양형기준과 감경요소 등을 처벌 수준이 낮은 이유로 꼽았다.
'반도체 굴기'를 외치고 있는 중국은 7~8년 전부터 산업스파이를 동원해 한국의 반도체 핵심인력을 스카우트하느라 혈안이었다. 대만은 지난해 국가안전법 개정을 통해 군사·정치영역이 아닌 경제·산업분야 기술유출도 간첩행위에 포함했다. 미국도 연방 양형기준을 통해 피해액에 따라 범죄등급을 조정하고 형량을 대폭 높였다.
우리 법원은 그러나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 기술유출을 부추겼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해외유출 시 기본 징역형은 1년~3년6개월에 불과했다. 대개 집행유예로 풀려나거나 벌금형이 고작이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산업기술의 해외유출 사건은 총 93건이었고, 피해 규모는 약 25조원에 달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13일 뒤늦게나마 영업비밀 국외누설 등에 관한 법정형을 상향하고, 국가 핵심기술 유출·침해 행위에 대한 구성요건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니 다행이다. 법원도 경제안보의 바깥에 있지 않다. 엄히 다스려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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