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오일머니가 국제 스포츠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후원하는 리브골프가 최근 미국 남자프로골프리그 PGA투어와 통합하기로 합의한데 이어 13일(이하 현지시간) 카타르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프로축구단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인수에 거의 성공했다는 소식에 맨유 주가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폭등했다.
또 사우디는 자동차 경주인 포뮬러원, 주요 권투대회도 유치하고 EPL 소속의 뉴캐슬유나이티드 인수를 추진 중이다.
맨유, 카타르에 팔리나
CNBC에 따르면 NYSE에 상장된 맨유는 이날 주가가 오후장에서 전일비 2.86달러(14.21%) 폭등한 22.99달러로 뛰었다.
카타르 언론 보도가 주가 폭등 불을 당겼다.
보도에 따르면 카타르의 셰이크 자심 빈 하마드 알-타니가 맨유 인수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 산하의 스포츠 전문 소식지인 '디 애쓸레틱'은 카타르 언론이 팔로워가 약 300명 수준인 영국 웨일스의 한 트위터 계정에 나온 소문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신문 알-와탄은 13일 밤 카타르 전 총리 아들인 셰이크 자심이 곧 맨유 인수 우선협상자로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카타르가 맨유 인수에 성공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맨유 주가는 폭등했다.
스포츠로 이미지 개선(?)
사우디는 사실상 국가 차원에서 국제 스포츠계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여성 인권 문제 등으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석유 다음의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경제정책에도 우호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도록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가 세계 최대 골프리그인 PGA투어와 PIF가 후원하는 리브골프를 합병토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막대한 돈을 투입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이미지도 개선하고 외국인 관광·투자도 유치한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
사우디투자부 장관 칼리드 알 팔리는 리야드에서 CNBC와 인터뷰를 통해 골프 투어 통합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또 국내에서 즐기는 스포츠는 흥미로운 투자기회"라면서 "상업적 이윤뿐만 아니라 사우디의 여행 어젠다의 일환이며, 사우디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PIF는 운용자산 6000억달러의 국부펀드로 빈살만 왕세자가 통제한다.
PIF는 리브골프를 PGA투어, 유럽 프로리그인 DP월드투어와 합병토록 하는데 그치지 않고 스포츠 분야에서 급속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 경주인 포뮬러원 그랑프리, 주요 권투 경기들을 유치하고 있고, EPL 뉴캐슬유나이티드 인수도 진행 중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카림 벤제마 등 축구 전설들도 수억달러를 들여 영입해 사우디 축구 리그에서 뛰도록 했다. 2030년 월드컵 유치 경쟁에도 나설 전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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