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13일(이하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서 기밀문서 유출과 관련한 37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측 변호인 토드 블랜치는 이날 오후 3시께 열린 기소인부 절차에서 재판부에 무죄를 주장했다.
기소인부 절차는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법원이 피의자에게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절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또 다른 변호인 알리나 하바는 이번 재판이 미국의 원칙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바 변호사는 트럼프 기소가 독재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면서 트럼프 기소로 미국의 모든 일반 시민들도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문 날인 등의 절차는 거쳤지만 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인 머그샷은 찍지 않았다.
트럼프는 기소 절차에 따라 이날 법원에 도착하자 체포돼 구금 상태에 들어갔지만 기소인부 절차를 진행한 조너선 굿맨 판사는 도주 위험이 없다며 석방했다.
다만 함께 기소된 월트 나우타 보좌관과 접촉을 금지했다.
아울러 검찰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가 접촉해서는 안되는 증인 목록을 제출할 것도 명령했다.
기소인부 절차를 위해 떠나기 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호소한 트럼프는 기소인부가 끝난 직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골프클럽으로 향했다.
트럼프는 법원으로 이동하던 도중 소셜미디어를 통해 "법원으로 가는 중이다. 마녀사냥!!!"이라는 글을 올렸다.
검찰은 앞서 트럼프를 국방 관련 기밀 정보를 의도적으로 보유한 혐의를 포함해 모두 37건의 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전현직을 통틀어 미 대통령이 연방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연방검찰에 형사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는 4월 초에는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의 기소로 법원에 출석해 기소인부 절차를 진행한 바 있다. 역사상 형사범으로 전현직 대통령이 법원에 출석한 최초의 사례였다.
트럼프는 당시 2016년 대통령 선거 직전 자신에 대한 성추문을 막기 위해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입막음 용 돈을 지급하면서 회계부정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그때에도 트럼프는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한 바 있다.
한편 미 정치권은 이날 트럼프 기소인부 절차를 두고 또 갈라졌다.
민주당은 정당한 사법절차라고 주장했지만 공화당은 표적수사라며 반발했다. 특히 정권이 교체되고 나면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했다.
JD 밴스(공화·오하이오) 상원의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한 법무부 고위 공직자 인준을 전부 막겠다고 선언했다. 법 집행보다 정치에 더 신경 쓰는 법무부의 폭주를 막기 위한 수단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은 보복을 예고했다. 다음에 공화당 대통령이 들어서면 바이든 대통령과 가족이 보복 대상이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러나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견은 있었다. 켄 벅(공화·콜로라도) 하원의원은 트럼프가 유죄를 선고받으면 중대범죄를 저지른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유무죄 여부는 법원이 판가름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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