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 마련을 위한 새로운 돈 줄로 러시아판 재벌인 올리가르히를 지목했다.
13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는 올리가르히라고 부르는 재벌들을 상대로 3000억루블(약 4조5480억원)을 횡재세로 거둬들이기로 했다.
이날 공개된 법안 초안에 따르면 횡재세는 2021년 이후 연간 10억루블을 초과하는 순익을 기록한 대기업들에 부과된다. 일회성 세금으로 초과 순익의 최대 1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러시아 제1 부총리는 횡재세 아이디어가 실상은 대기업들로부터 나왔다면서 재벌들은 이 전쟁 기간 막대한 순익을 거둔 터라 조세정의를 위해 이같은 특별 세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당초 수 주일 안에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전쟁이 1년 넘게 지속되자 상당한 재정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 인도 등에 석유를 계속 판매해 석유 판매 수입을 얻고는 있지만 경제제재로 러시아산 석유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이윤이 예전만 못하다.
이때문에 올 상반기 재정에 3조4100억루블(약 51조6900억원) 구멍이 났다.
러시아 올리가르히를 상대로 한 횡재세 세수가 곧바로 우크라이나 전비로 투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결국에는 전비로 지출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 편으로는 러시아가 경제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면서 올리가르히에 정부 입김이 더 커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러시아가 대기업들에 횡재세를 물리려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계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공황이 닥쳤던 2018년에도 러시아는 광산, 금속, 화학 대기업들에 사회복지 비용 지출을 위한 일회성 횡재세 75억달러를 거둬들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들 기업 주가가 폭락하자 계획을 철회했다.
이번에는 올리가르히들의 뜻이라며 횡재세 도입을 재추진하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안드레이 벨루소프 제1 부총리S,S 러시아 대기업들이 애국심으로 이같은 횡재세 도입을 요청했다며 재추진을 밀어붙이고 있다.
벨루소프 제1 부총리는 13일 러시아 경제일간 RBC와 인터뷰에서 "큰 비밀 하나를 말하겠다. 3000억루블 세금 아이디어는 국가가 아닌 기업으로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들은 영리한 정보통"이라면서 "이들은 2021년과 2022년에 엄청난 초과 순익을 거뒀음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FT는 이같은 정부 주장에도 불구하고 속 사정은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횡재세 규모 축소를 위해 올리가르히들이 로비에 나서고 있고, 이에 대해 내부에서 찬반 양론으로 갈라져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애널리스트들은 횡재세가 시행되면 철강, 비료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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