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스관인 노르드스트림이 파괴되기 약 석달 전 우크라이나에 사보타주 공격을 자제할 것을 경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이하 현지시간)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 중앙정보국(CIA)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노르드스트림 파괴 공작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시 CIA는 우크라이나가 노르드스트림 파괴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세한 정보를 입수했고, 이에따라 파괴 공작이 이뤄지기 전 이를 경고했다는 것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CIA는 지난해 네덜란드 국방정보부로부터 관련 정보를 입수했다.
네덜란드 군정보부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가 사보타주 공작에 나섰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들은 CIA에 우크라이나 사보타주 공작팀이 발트해 연안에서 요트 한 척을 빌리려 했고, 노르드스트림1과 노르드스트림2 가스관 4개를 따라 심해 잠수부들이 폭약을 설치하는데 이를 활용하려 한다고 알렸다.
유럽 정보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의 노르드스트림 가스관 파괴 공작이 지난해 6월 17일에 끝나기로 했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발트해 작전' 훈련 뒤에 결행하기로 계획돼 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보타주 공작 계획 정보를 유럽 정보당국자들로부터 입수한 CIA는 곧바로 독일과 발트해 동맹국들에 관련 정보를 전파했다.
CIA는 아울러 우크라이나에 가스관 파괴 공작을 추진하고 있는지를 타진했다.
다만 CIA는 당시 이 정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우크라이나가 그 정도의 사보타주 공격을 감행할 역량을 갖췄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트해 심해에 폭발물을 설치하는 것이 우크라이나 전력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입수한 정보가 일부에서 혼선을 빚은 것도 CIA의 판단을 흐리게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CIA가 처음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사보타주 공작팀은 우크라이나군 발레리 잘루지니 장군의 지시를 받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이후 유럽 국가 최소 2개국이 조사에 나서 이들을 지휘하는 이가 다른 장군일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낸 뒤 이 정보의 가치는 약화됐다.
유럽 소식통들에 따르면 CIA는 지난해 여름 독일을 비롯한 유럽 동맹국들에 우크라이나가 그런 사보타주 공작에 나설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경계 수위를 낮췄다.
CIA가 경계를 낮춘 한 달 뒤 노르드스트림은 발트해에서 폭발했다.
발트해 아래에 묻혀 있던 노르드스트림 가스관에서 9월 26일 폭발이 일어났다.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이 연관되지 않았다면서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서방은 우크라이나가 실제 배후라고 판단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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