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롯데월드타워 오른 빌런, 누구는 업무방해, 누구는 건조물 침입혐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4 15:17

수정 2023.06.14 15:17

침입이라고 해서 꼭 건축물 내부로 들어가야 하는 것 아냐
최근에는 건축물의 성격까지 고려해 침입 여부 판단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타워에서 20대 영국인 남성 A씨가 맨손으로 등반하고 있다. 송파소방서는 이날 오전 7시30분 롯데월드타워 보안직원의 신고에 따라 소방관 54명과 소방차 11대를 동원, 오전 8시52분 73층 지점에서 곤돌라로 구조했다. 경찰은 영국인 A씨를 건조물침입 혐의로 체포해 등반 목적 등을 조사 중이다. 사진은 이날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맨손으로 등반중인 영국인 A씨 송파소방서·독자 제공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타워에서 20대 영국인 남성 A씨가 맨손으로 등반하고 있다. 송파소방서는 이날 오전 7시30분 롯데월드타워 보안직원의 신고에 따라 소방관 54명과 소방차 11대를 동원, 오전 8시52분 73층 지점에서 곤돌라로 구조했다. 경찰은 영국인 A씨를 건조물침입 혐의로 체포해 등반 목적 등을 조사 중이다. 사진은 이날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맨손으로 등반중인 영국인 A씨 송파소방서·독자 제공
[파이낸셜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맨손으로 등반한 영국인에게 경찰이 건조물 침입 혐의를 적용했다. 외벽만을 등반했을 뿐인데 건조물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건조물은 건축물과 해당 부지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며, 건조물 관리인의 의사에 반해 그곳에 들어갔을 경우 침입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왜 건조물침입 혐의 적용했나
1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12일 오전 5~9시께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등반한 영국인 남성 조지 킹 톰슨에 대해 사건 당일 건조물 침입 혐의를 적용해 현행법으로 체포했다. 형법 제319조 제1항에 따르면 타인이 관리하는 건조물 등에 침입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후 적용 혐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과거 유사 사건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한 것과 달리 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해서다. 실제 경찰은 지난 2018년 6월 톰슨씨와 유사하게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등반한 프랑스 암벽 등반가인 알랭 로베르씨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한 바 있다.

건조물 침입 혐의를 적용한 것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는 관리업체 등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건축물"이라면서 "(이 같은 건물의 외벽을) 올라간 것은 (관리업체의) 허락받지 않은 행위이므로 건조물 침입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도 톰슨씨의 행위가 건조물 침입에 타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현식 K&J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통상적으로 관리자의 의사에 반해서 건조물 안으로 들어갔다면 건조물 침입죄가 성립된다"며 "여기서 건조물이란 단순히 건축물 하나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이 들어서 있는 부지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혐의 성립 여부는 지켜봐야
다만 최근 판례에선 건조물의 개방성 여부에 따라 침입이 성립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강희석 부장판사)는 최근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30)의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건조물에 '침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의 한 필로티 구조 빌라 1층 주차장에 관리자 B씨 및 거주자들이 보이지 않는 틈을 타 차를 세운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차한 건물 1층 필로티 공간은 도로에 붙어 외부에 개방된 형태였다. 차단기 등 외부 진입을 막기 위한 장치도, '외부인 출입 금지' 안내문도 없었다"며 "피고인의 주차로 건물 관리자나 거주자들의 사실상의 평온 상태가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관련해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외벽을 타는 행위로 롯데월드타워의 평온 상태가 해를 입었는지 아닌지가 향후 법적 쟁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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