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과 관계 개선을 위해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다.
월스트리트지널(WSJ)은 14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현재 이란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들을 석방하는 한편 이란의 핵 프로그램 확대를 막기 위해 이란과 물밑 협상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밑 협상은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란 문제가 화두로 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공식적인 관계 개선을 추진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WSJ은 미국과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 양측이 접촉을 재개했다면서 이라크가 이란에서 수입한 전기·가스 대금 25억유로(약 3조4600억원) 결제도 미국이 승인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정부가 지급해야 하는 이 대금은 미국의 이란 제재로 그동안 묶여 있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대금 결제가 통상적인 것이라면서 이란과 관계개선 협상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WSJ은 그러나 이전에도 대금 결제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유로 같은 경화로 이뤄진 경우는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하는 등 강경 일색이었던 미국의 대이란 대응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완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뉴욕에서 미국과 이란 고위급 정부 관리들 간에 논의가 있었고, 간접 접촉 방식으로 백악관 관리들이 이후 최소 세차례 오만을 찾아 협상을 이어갔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오만을 중간에 끼고 미국과 이란이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국 협상은 현재 매우 신중하고 섬세하게 진행 중이며 긴장을 완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국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하고, 우라늄 농축을 지속하는 한편 페르시아만에서 유조선들을 나포하면서 다시 고조돼 왔다.
그러나 이란은 경제난으로 인해 동결된 자금 해제가 절실하고, 미국은 이란의 폭주를 막는 것이 필요해 양측 모두 관계 개선을 희망해왔다.
동결 자금 해제에는 한국도 연관이 있다.
이란은 미국인들을 석방하는 대신 한국에 묶여 있는 이란 자금 70억달러(약 8조9000억원)를 쓸 수 있도록 미국이 자금동결을 해제해 줄 것을 거듭 요구해왔다. 또 이라크가 이란 석유와 가스를 수출하고 받은 대금도 동결을 해제해 이란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하고 있다.
한국 퇴임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 동결돼 있는 자금을 인도적 목적에 쓸 수 있도록 해제하는 것을 이란과 미국이 계속해서 논의 중이다.
미국과 이란간 물밑 협상은 그러나 당분간은 어떤 공식적인 합의, 또는 이보다 덜 공식적인 양해각서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선에서 이 문제가 주된 논란이 되는 것을 바이든이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이란과 핵협정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의회에서 딴죽을 걸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하고 있다.
강경파가 집권한 이스라엘의 대응도 변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3일에도 미국과 이란 간에 물밑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이스라엘은 이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트럼프 전 행정부가 2018년 핵협정을 탈퇴하면서 제재를 재개한 뒤 이란은 핵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했고, 지난 2년 간 60% 농축 우라늄도 다시 확보하고 있다. 현재 이란이 보유한 60% 농축 우라늄은 핵무기 최소 2기를 제조할 수 있는 규모로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수일 안에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농축우라늄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미 정부 관리들은 밝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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