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나는 아군 사살하라는 명령 받았다”..러軍 병사의 깜짝 폭로

우크라, 러시아군 포로 2명 심문 영상 공개

탈영병 사살 명령을 받았다는 러 연방보안국(FSB) 요원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 유튜브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붙잡힌 러시아군 병사가 과거 달아나는 아군을 기관총으로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특히 이러한 폭로는 러시아군 병사들이 총격을 가해 탈영병들을 제압하는 영상이 공개된 직후 나와 더 주목받았다.

"2선에서 Z돌격 부대원 퇴각 못하게 사살했다" 고백

14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은 12일 텔레그램과 유튜브, 트위터 등을 통해 러시아군 포로 2명의 심문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 등장한 러시아군 포로 중 한 명은 자신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인 동시에 전투를 감시하고 독려하는 부대인 ‘독전대’(barrier troops)에 속한 기관총수였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과거 ‘탈영병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나는 2선에 있으면서 ‘Z돌격’ 부대원들이 퇴각할 수 없도록 했다. (내가 받은) 명령은 그들이 퇴각하려 하면 사살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함께 동영상에 등장한 다른 포로는 자신이 바로 ‘Z돌격’ 부대원이었다면서 “거기 도착하자 어떠한 설명도 없이 ‘새들’(무인기의 별칭)을 피해 풀숲에 숨으라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우리가 퇴각하려고 하면 우리 뒤에 독전대가 있을 것이고 그들은 달아나는 누구든 쏠 것이라고 들었다”면서 싸울 수도 달아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차라리 우크라이나군에 투항하는 길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달아나는 병사 위협사격' 영상 공개 직후 나온 증언

이러한 증언은 이번 전쟁에서 숨진 러시아군 병사들의 정보를 유족들과 공유하는 프로젝트인 ‘이시 스보이흐’에 의해 독전대가 달아나는 아군을 향해 사격을 가하는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이 공개된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 주목을 받았다.

위협사격을 가하며 적전도주 중인 아군을 제압하는 러 병사들 [이시 스보이흐 텔레그램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무인기로 촬영된 해당 영상은 14초 길이로, 러시아군 병사 3명이 위협사격을 가하면서 방탄모와 총기 등을 버리고 달아나는 다른 병사들을 제압하는 모습이 담겼다.

달아나던 병사들은 저항하지 못한 채 바닥에 엎드려 제압됐다. 이들이 이 과정에서 실제로 총상을 입거나 사살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우니안(UNIAN) 통신은 해당 영상이 조작되지 않은 실제 자료이며, 총격을 가한 병사들은 러시아군 ‘독전대’ 소속이란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해당 영상이 언제, 어디서 촬영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국제정치학 전문가인 제이슨 제이 스마트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의 역사에서 아군 사살은 오랜 전통이었고, 이번 전쟁 내내 다반사로 이뤄진 일”이라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 정부는 독전대의 존재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정부는 오히려 우크라이나군이 독전대를 운영해 아군의 등에 총을 쏘고 있다고 주장했다.

[e-mail]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