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기범 이비슬 기자 = 자전거 안장과 주방 용기, 야구 배트 등에 마약류를 숨겨 국내로 반입하려던 일당이 적발됐다. 특히 이들이 태국과 미국에서 밀반입을 시도한 필로폰은 25만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16일 마약류 밀수입 및 마약류 국내 유통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받는 내·외국인 일당 13명 중 8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검거한 8명 중 4명은 구속됐으며 4명은 불구속 수사 중이다.
국외 거주 중인 총책 2명에 대해서는 지난 4월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으며 또 다른 공범 2명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밖에 총책 1명은 지난해 태국에서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처분했다. 총 13명의 피의자 중 총책 A씨(20대·남)와 B씨(30대)를 비롯해 3명이 중국 국적이며, 나머지는 모두 한국인이다. 이번에 검거된 일당 중에는 마약 투약자도 한 명 포함됐다.
경찰은 2021년 7월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이 판매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위장 수사를 벌였다. 덜미가 잡힌 것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서 출발하는 항공특송화물을 이용해 야구 배트에 숨긴 필로폰 499g을 밀수입하려다 미국 세관에 적발된 사건을 인지하고 미국과 공조 수사를 벌였다.
미국 통로가 막히자 이들 일당은 태국으로 눈을 돌렸다. 태국에서 출발하는 항공특송화물을 이용해 자전거 안장이나 주방 용기에 숨겨 국내로 들여왔다. 밀수입 과정에 사용된 자전거는 총 32대로, 경찰은 이 중 3대를 확보했다.
이들이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5회에 걸쳐 국내에 들여온 마약류는 필로폰 7069g·케타민 869g·엑스터시 500정에 달했다. 필로폰만 시가로 200억원 이상이다.
필로폰 1회 투약량이 0.03그램(g)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 일당이 미국과 태국에서 반입을 시도한 필로폰은 무려 25만여명이 투약 가능한 수준이다.
밀수입한 마약은 골목길 에어컨 실외기 화단이나 주차된 오토바이 수납함에 숨겨두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국내 유통책에게 전달됐다.
이들은 필로폰을 택배로 위장하고 고속버스 터미널 수화물 배송 서비스를 통해 투약자에게 보내는 수법으로 마약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 일당에게서 필로폰 506g, 케타민 527g을 압수했다. 압수한 마약류는 시가 29억원 상당이며 약 3만4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이미 들여온 마약류 상당수가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밀수입 및 대규모 유통사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가상자산을 이용한 마약류 유통사범에 대한 수사력을 집중해 특별 단속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마약은 중대범죄로 신고 시 신분을 철저히 보장하고 포상금을 지급한다"며 "마약류 투약자도 자수하는 경우 선처를 받거나 치료와 재활 기회를 받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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