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민사소송 걸었더니 찾아와 보복하겠다네요", 소송 과정서 범죄 피해자 정보 노출..보복 피해 우려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9 15:18

수정 2023.06.19 15:18

돌려차기 항소심서 20년 선고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1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을 마치고 피해자 변호인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부산고법 형사 2-1부(최환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정보통신망에 신상 공개,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2023.6.12 handbrother@yna.co.kr (끝)
돌려차기 항소심서 20년 선고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1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을 마치고 피해자 변호인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부산고법 형사 2-1부(최환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정보통신망에 신상 공개,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2023.6.12 handbrother@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 최근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현주소를 외우며 보복을 예고한 것을 두고 소송 당사자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현행 민사소송법의 사각지대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범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을 내면 소장에 개인적보가 적시돼야 한다. 보복이 두려워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 범죄 피해자 소송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사소송 과정서 드러난 개인정보
19일 현행 민사소송법 274조에 따르면 민사소송 당사자는 성명과 주소 등 개인정보를 소장에 기재하도록 규정돼 있다.
작성된 소장은 상대방인 피고에게 실명으로 송달된다. 이 경우 원고의 주거지 등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된다. 같은 법 162조에 따라 소송 당사자는 소송기록을 열람·복사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도 주소나 주민등록번호 등이 공개된다. 개인정보를 가릴 수 있는 형사소송에 비해 피해자 주거지 정보 등을 보호하기 어려운 셈이다. 이때문에 범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개인정보가 노출돼 소송을 쉽사리 제기하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범죄 전담검사 출신 이승혜 변호사(이승혜 법률사무소)는 "강력 사건 피해자는 형사소송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민사소송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혀 모르는 사이에서 발생한 스토킹이나 성범죄에 대한 민사소송 과정에서 가해자가 피해자 주소를 알고 찾아가 합의를 종용하거나 보복할 우려가 있는 경우 문제의 소지가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경우 피해자 A씨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해자의 구치소 동기로부터 사건 발생 이후 이사 간 주소를 가해자가 달달 외우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출소하면 보복하겠다고도 했다더라"며 "민사소송 과정에서 정보를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달 중고사기 피해자 B씨도 소송 과정에서 노출된 개인정보를 통해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사기꾼으로부터 협박 편지를 받았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B씨가 공개한 편지에는 "신고, 배상명령, 압류 꼭 이렇게까지 해야 됐는지", "지금 심정 꼭 당신도 느끼게 해주겠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B씨는 글을 통해 "배상명령 판결문에 신청한 사람들의 이름, 주소가 전부 다 나오는 걸 판결문 정본을 받고 알았다"며 "피해자 신상정보가 범죄자에게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해외, 주소 비공개 제도 활용
민사소송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노출 등을 제한토록 하는 내용의 민사소송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들어 4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소관위에 계류 중인 상태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 2020년 11월 발의한 '민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소송서류 송달, 소송기록 열람·복사 시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조치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일부 해외에서는 소송 과정에서 피해자의 개인정보 열람 제한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사법정책연구원의 '민사소송 및 집행절차에서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에서는 범죄와 관련 있는 소송 절차에서 범죄 피해자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정보는 별도 서면으로 제출한다.
프랑스에서도 범죄 피해자는 제3의 주소를 자신의 주소로 신고할 수 있다. 일본도 소송 기록에 사생활 관련 내용이 기재돼 있으면 당사자만 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승혜 변호사는 "범죄 피해자의 주소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으면서 소송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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