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캐피털채 순상환 6770억원
투심 위축에 ‘불황형 상환’ 늘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한 사업 전망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캐피털채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투심 위축에 ‘불황형 상환’ 늘어
18일 코스콤CHECK에 따르면 이달 들어 캐피털채(할부금융채)의 순상환 규모는 6770억원(17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순상환은 채권발행보다 현금상환이 많았음을 의미한다. 캐피털채의 순상환 기조는 기업에 돈이 넘쳐 빚을 줄이는 '호황형 상환'에 따른 것이 아닌, 부실채권 불안감 가중에 따른 '불황형 상환'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이번 캐피털채의 순상환 규모는 지난해 10월(1조5983억원) 이후 최대치다. 캐피털채 발행시장은 올해 2월 순상환(160억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순발행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6월 들어 순발행에서 순상환으로 전환된 데다 그 규모도 상당하다.
최근 부동산 PF 부실채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캐피털채에 대한 투심이 위축된 결과로 풀이된다.
캐피털업계는 최근 몇년 새 증권사, 저축은행과 함께 부동산 PF대출 증가세가 가팔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부실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피털업계가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PF대출 중에서도 손실 위험이 큰 브릿지론에 대한 투자비중이 높았던 점, 다른 업권 대비 느슨한 규제가 적용된 점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캐피털사들은 올해 들어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KB캐피탈은 총자산이 15조원 규모인데 요주의이하여신액이 지난해 말 8330억원에서 올 1·4분기 1조102억원으로 21.3% 증가했다.
총자산이 약 9조인 메리츠캐피탈은 1·4분기 요주의이하여신액이 4281억원으로 지난해 말(2684억원)보다 59.5% 급증했다. 같은 기간 IBK캐피탈은 733억원에서 2695억원으로 267% 늘었다. IBK캐피탈의 총자산은 10조원 수준이다.
오유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부담이 큰 업체들의 경우 거액 브릿지론의 부실화가 현실화될 때 유동성 대응이 어려울 수 있어 자산건전성이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에이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 조정도 PF 관련 부실채권 부실화에 대한 우려감이 작용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달 9일 에이캐피탈의 신용등급을 BBB0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