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률GPT'에 사례 질문하니 적용 가능 판례·법령 '술술'[법조 인사이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8 18:45

수정 2023.06.18 18:45

임영익 인텔리콘연구소 대표
아시아 최초 '법률GPT' 개발
생성형 AI에 한국어·국내법 학습
"오류율 15~20%… 5%가 목표"
인텔리콘연구소 임영익 대표(변호사)
인텔리콘연구소 임영익 대표(변호사)

기자가 "교통사고가 났는데 명함만 주고 그냥 가면 어떻게 돼?"라고 화면에 치자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답이 뜬다. 챗GPT를 적용한 인공지능(AI) 법률 서비스인 '법률GPT' 화면이다. 법률GPT는 관련 판례까지도 척척 찾아 제시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산업 분야로 꼽혀온 법률시장에도 인공지능(AI) 바람이 불고 있다. AI를 통해 간단한 법률 자문부터 계약서 분석까지 수초만에 끝내는 기술은 이미 현실화했다.
AI를 이용한 법률상담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상용화가 이뤄진다면 국내 법조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률 특화 GPT '게임체인저' 될까

법은 생활과 직결돼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분야다. 포털사이트만 보더라도 변호사들의 자문을 구하는 각종 질문이 수두룩하다.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직장 상사의 부적절한 언행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 등 다양한 내용이 올라온다. 취약계층과 전문가 집단 사이 법률정보의 비대칭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인텔리콘연구소는 이런 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서비스를 연이어 내놨다. 지능형 법률판례 검색 시스템 '유렉스(U-LEX)', 계약서 자동분석 AI 시스템인 '알파로' 등이 그 예다. 지난 4월 말 아시아 최초로 선보인 '법률GPT(LawGPT)'는 생성형 AI에 한국어를 학습시키고 국내법 논리를 재학습시켰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인텔리콘이 자체 개발한 법률 추론 인공지능 시스템과 생성 언어모델을 융합시켜'두 개의 뇌'로 작동한다.

법률GPT는 법률에 특화된 만큼 GPT 열풍을 이끈 '챗GPT'의 법률 분야 답변과는 차원이 달라졌다. 개별사례를 제시하면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법률 추론 과정을 거쳐 적용 가능한 판례와 법령을 제공하는 식이다. 법률 용어가 아니라 일반인의 언어로 쉽게 물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임영익(53·사법연수원 41기) 인텔리콘연구소 대표는 "매일 100개의 테스트 질문을 통해 오류를 측정하는데 현재 오류율은 15~20% 수준"이라면서 "생성형 AI는 허위 정보를 마치 사실인것 처럼 제공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있는데 이를 크게 개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 변호사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오류율 5%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향후 교통사고, 성범죄, 전세 사기 등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분야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세분화해 전문성과 정확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걸테크 새로운 법률시장 열려"

리걸테크 업계의 어려움도 남아있다. 새 기술에 대한 기존 법조계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인텔리콘연구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주변 법조인들로부터 서비스 개발로 인해 기존 영역에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이야기도 들어왔다"면서 "리걸테크 기업들이 법률 비용을 크게 낮춰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시장을 열어 소비자와 변호사들 모두에게 이익을 줬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리걸테크 기업 '리걸줌'은 나스닥 시장에 상장해 시가총액이 75억달러(약 10조원)로 커지는 등 성공을 거뒀다.
일본의 '벤고시닷컴'도 상장에 성공해 현재 일본 변호사의 약 50%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률서비스가 윤리, 책임의 문제가 개입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AI가 적용될 수 있는 '선'에 대한 고민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임 대표는 "결과의 책임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분야의 AI는 번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변호사의 보조 도구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예비적 상담을 돕는 AI 툴이 주목받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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