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도, 인디아나 존스의 나이도 외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중절모를 쓰고 가죽 채찍을 휘두르며 모험을 즐기는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가 돌아왔다. 42년 전 ‘레이더스’(1981)를 시작으로 존스를 연기한 해리슨 포드(81)가 오는 28일 국내 개봉하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이하 인디아나 존스5)를 통해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는다.
이번 시리즈에서 기술의 힘을 빌려 젊은 인디와 나이든 인디를 모두 연기한 그는 16일 화상 간담회에서 “시리즈 4편까지는 인디가 크게 나이가 들지 않지만 5편에서는 나이듦을 인정하고 싶었고 그래야 시리즈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손자, 딸, 할아버지 3대 유사가족의 모험담
“17세에 개봉 첫날 영화를 본 게 아직도 생생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77)을 대신해 ‘인디아나 존스5’을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60)의 말이다. ‘포드 V 페라리’ ‘로건’ 등을 연출한 맨골드 감독 역시 ‘인디아나 존스’의 광팬이었다.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이 시리즈는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이 각본을 쓰고 스필버그가 연출한 ‘레이더스’가 1981년 전세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후 ‘인디아나 존스와 마궁의 사원’(1984),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성전’(1989)이 연달아 제작됐다. 10년 뒤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에서는 인디가 1편의 여주인공 매리언과 결혼에 이르렀다.
그동안 인디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영화는 1944년 젊은 인디의 활약상을 도입부에 배치하고 곧바로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한 1969년으로 넘어간다. 극중 포드는 근육이 빠진 상반신과 희끗희끗한 머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포드는 “1944년과 1969년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며 "달 착륙에서 보듯 과학이 진일보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과거보다 미래를 본다. 고고학자인 인디는 이제 퇴물이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디아나 존스5’는 은퇴를 앞둔 대학교수 인디와 노쇠한 그를 찾아온 친구의 딸 헬레나 쇼(피비 월러-브리지)의 만남으로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다. 올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남우조연상을 탄 키 호이 콴이 시리즈 2편에서 연기한 꼬마 운전수처럼 10대 소년 테디(에단 이시도르)가 가세하며 손자·딸·할아버지로 이뤄진 유사가족이 완성된다. 올해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서 첫 공개돼 아쉽다는 반응도 얻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설적 캐릭터의 귀환이 반가운 게 사실이다.
“시간의 의미 되짚는 가족오락영화”
영화는 움직이는 기차 위와 모로코의 좁은 골목을 아슬아슬하게 누비는 무모하고도 아찔한 모험을 통해 고전적 방식의 영화적 재미와 스릴을 안긴다. 포드는 극중 삼륜차를 타고 탕헤르 거리를 질주하고 말을 타고 뉴욕의 지하철을 달리는 등 위험천만한 액션을 소화했다. 그는 “배우의 안전을 고려해 못하게 한 장면도 있는데 그때는 정말 화가 났다”며 “스토리와 연결된 액션 연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리즈의 중심에는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발명품이 있다. 일종의 타임머신과 같은 이 유물은 시간의 의미를 되새긴다. 과거를 되돌리고 싶은 헛된 욕망은 갈등의 주된 원인이다. 맨골드 감독은 “이번에도 영화의 주제와 밀접한 유물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은 나이가 든다. 제임스 본드나 이단 헌트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나이듦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나이듦을 수용하고, 시간의 흐름이 인디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인디아나 존스5’는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바닷속 모험도 다루며 볼거리를 강화했지만 같은 상황이 공간만 바뀌어 반복되면서 지루한 감도 있다. 하지만 후반부 놀라운 반전이 준비돼 있고 뭉클한 감동도 준다. 포드 역시 “아름다운 마무리가 됐다”며 만족해 했다.
그는 “(인디는) 내 연기 인생에서 아주 의미가 큰 캐릭터”라며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가족오락영화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랑받았다”고 말했다. “유행을 타지 않는 고전적인 매력을 갖췄으면서도 고리타분하지 않고, 인간애와 같이 보편적인 주제도 다뤄 세대를 이어 사랑받은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저는 계속 새로운 영화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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