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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과 6·25전쟁의 데자뷔 [fn기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0 06:00

수정 2023.06.20 06:00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전격 침공으로 시작되어 1년 이상 치르고 있는 전쟁의 국면 전환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한국은 다음주면 6·25전쟁 73주년을 맞게 된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낯설지 않아 보이며 데자뷔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약 70여 년의 시간차를 두고 국제정치사에서 발생한 이 두 전쟁의 숙명이라는 공통점 때문은 아닐까?
우크라 전쟁과 6.25전쟁, "자유를 되찾는 처절한 싸움" 공통점

첫째, 두 전쟁은 ‘자유’를 되찾아 오기 위한 처절한 싸움이었다. 73년 한국은 현상변경국 북한이 한국의 자유를 힘으로 빼앗았고, 약 1년 3개월 전 현상변경국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강제로 박탈했다. 두 번째 공통점은 자유 회복을 위한 싸움에서 희망을 준 것은 바로 국제사회의 지원이었다는 점이다.
6·25전쟁에서는 미국 등 자유우방을 중심으로 유엔군이 결성되어 한국을 도와주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나토뿐 아니라 글로벌 자유진영을 기반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섰다.

이 두 가지 공통점은 인류에게 보편적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일깨워 준다. 상대국 시민의 자유를 힘으로 박탈하는 것은 규범에 기반한 질서에 대한 위반이자 보편적 가치를 훼손한 것이게 이에 항거하는 국내·외적 결집이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가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울 줄 아는 집단지성이라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6·25전쟁 당시 국제사회는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단호히 거부하고 자유의 군대를 보내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지켜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연대도 힘에 의한 현상변경에 반대하는 자유의 물결이다. 이 공통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데자뷔처럼 인식하게 해주는 요소다.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과 6·25전쟁의 공통점이 전쟁 결과의 공통점으로도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인류의 소중한 자산인 가치도 지키고,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지속성도 담보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6·25전쟁에서 승리하여 북한군을 몰아내고 자유를 다시 찾은 한국은 그 자유를 기반으로 지금의 번영을 이룩해 내었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자유를 되찾아 번영을 향한 여정을 다시 시작하는 기회를 맞아야 할 당당한 권리가 있다. 자유는 모두가 누려야 하는 보편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韓 우크라 지원을 위한 기여외교는 '숙명'

한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 우크라이나가 자유를 회복하고 번영을 달성할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책무를 지닌 국가다. 6·25전쟁이라는 역사가 한국에게 그 책무를 부여해 주었다. 우크라이나의 자유 회복을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가치외교이고, 번영 달성을 위해 한국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하여 제대로 지원해 주는 것이 진정한 기여외교다.

자유를 되찾아 한국이 선진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수많은 피와 땀을 흘려야 했고, 지금은 우크라이나 자유 회복을 위해 수많은 피와 땀이 흐르고 있다.
그들이 흘리고 있는 피와 땀을 그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는 역사를 가진 국가는 바로 한국이고 나아가 우크라이나가 하루속히 제자리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국가도 바로 한국이다. 우크라이나의 자유 회복과 번영을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 것은 한국의 기여외교와 가치외교가 그 빛을 낼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사례가 될 것이다.
이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우리가 관심과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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