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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 강박 벗었다… 멋과 흥 넘치는 한국뮤지컬 [김덕희의 온스테이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19 18:45

수정 2023.06.19 18:45

'스웨그 에이지:외쳐 조선!' PL엔터테인먼트 제공
'스웨그 에이지:외쳐 조선!' PL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 뮤지컬 작품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한국적 소재로 개발된 작품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 이는 두 가지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한국의 소재가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조선 혹은 일제강점기 이야기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 또 하나는 뮤지컬 장르에서 리얼리티의 개념이 연극과 다르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대사가 아닌 노래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너무 현실적인 설정은 오히려 관객들에게 리얼리티에 대한 불편함을 준다.

'스웨그 에이지:외쳐 조선!'은 한국적 소재로 한국적 음악과 춤을 활용해 만들어진 한국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대학생들의 졸업공연에서 출발해 민간 제작사가 끈기와 집념으로 완성시켰다. 서울예술대의 졸업공연을 2019년에 초연해, 2023년 세번째 공연에 이르면서 각종 뮤지컬상 수상과 더불어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잡았다.

공연은 '시조'가 국가 이념인 상상 속의 '조선'이라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왕마저 쥐고 흔드는 시조대판서는 권력 강화를 핑계로 조선에 '시조'를 금지시킨다. 백성들은 국봉관에서나 몰래 시조를 읊을 수 있고, 골빈당은 조정 몰래 백성들에게 '시조'를 전파한다. 시조대판서는 골빈당을 잡아내기 위한 계략으로 15년만에 조선시조자랑을 개최한다.

여기서 '시조'는 바로 '노래'이고 '예술'이다. 즉, 예술이 허용되지 않는 세상에 대한 외침을 담고 있는 셈이다. 시조의 가사로 노래를 만들기도 하고, 시조라고 해놓고 운율을 맞춘 랩을 선보이기도 한다. 매우 과감하고 흥미로운 설정이기는 하지만 꼼꼼히 따지고 보면 이야기는 다소 거칠고 정리가 안된 지점이 있기는 하다.

뮤지컬에서는 서사의 부족한 점을 보다 치밀한 극작으로 보완할 수 있지만, 서사의 빈약함을 뛰어넘어 관객들이 그것을 인식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멋진 장면들을 통해 보완하는 방법도 있다. 과감하게 후자의 방식으로 서사의 인과성을 따지지 않게 만들고 있다.

공연의 볼거리는 크게 세 가지인데 첫째는 아주 매력적인 뮤지컬 넘버들이다. 각각의 노래들은 인상적인 멜로디와 선명한 가사 그리고 국악기에 결합된 멋진 연주들로 채워져 있다. 둘째는 한국적인 안무다. 퓨전 뮤지컬답게 음악뿐만 아니라 춤도 탈춤의 특징들을 활용한 세련된 안무로 짜여졌다. 양반놀음의 안무는 이 작품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앙상블들이 보여주는 칼군무는 장면들을 빈틈없이 채워준다. 셋째는 배우들이다. 주·조연들 그리고 앙상블 배우들 모두 춤, 연기, 노래의 기량이 매우 뛰어나다.


이 공연의 제작사 대표와 대화를 나누다가 '창작뮤지컬'이라는 표현보다는 '한국뮤지컬'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따지고 보면 창작이 아닌 뮤지컬이 없으므로 '한국뮤지컬'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에 공감이 됐다.


'스웨그 에이지:외쳐 조선!'은 이러한 여러가지 이유에서 '한국뮤지컬'에 걸맞는 작품이며, 작품이 만들어지고 성장해온 과정 자체가 '한국뮤지컬'의 저력을 증명해온 작품이다.
서사의 강박 벗었다… 멋과 흥 넘치는 한국뮤지컬 [김덕희의 온스테이지]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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