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조선 왕조의 정통성과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과 문서가 보물이 됐다.
문화재청은 ‘조선왕조 어보(御寶)·어책(御冊)·교명(敎命)’ 등 총 4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어보는 금·은·옥 재질의 의례용 도장이다. 국왕이나 왕비, 세자, 세자빈 등을 책봉하거나 왕과 왕후의 덕을 기리는 칭호를 올릴 때 썼다. 어보와 함께 내리는 어책은 의례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의미,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교명은 오색 비단에 책임을 다할 것을 훈계하고 깨우쳐주는 글을 담은 문서를 뜻한다.
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은 조선이 건국된 1392년부터 일제에 강제로 병합된 1910년까지 조선 왕조의 각종 의례에 사용된 인장(도장)과 문서를 통칭한다. 어보 318과, 어책 290첩, 교명 29축 등 총 637점에 이른다.
조선 왕조에서 어보와 어책 등은 왕실 문화를 상징하는 물건이다. 500여년간 거행된 조선 왕실 의례의 통시성과 역사성을 보여준다. 왕실에서 세자나 세손에 책봉되면 그 징표로 왕에게서 옥인(玉印), 죽책(竹冊), 교명을 받게 된다. 이는 왕권의 계승자로서 정통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런 이유로 어보 등은 살아서는 궁궐에, 죽은 뒤에는 신주와 함께 종묘에 모셨다. 2017년에는 세계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저명한 서예가이자 서화 감식가로 잘 알려진 오세창(1864∼1953)이 엮은 서첩 ‘근묵’(槿墨)도 보물로 지정됐다. 오세창이 80세의 나이로 정리한 서첩에는 고려 후기 학자 정몽주(1337∼1392)를 비롯해 약 600년에 걸친 1136명의 필적이 담겨 있다.
크기에 따라 양면 또는 단면에 필적을 담았으나, 한 사람당 1점씩 담은 점이 돋보인다. 당시 사회상이나 생활상 연구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다 역대 명필의 필적이 빠짐없이 수록돼 있어 한국 서예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다. 근묵은 현재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조선시대 불화와 불상도 보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1565년 제작된 불화인 ‘아미타여래구존도’는 제작연대가 정확한 조선 전기의 불화다. 화기에 조성연대와 화제, 시주질 등이 기록돼 있다. 조선 전기에 그려진 아미타여래구존도는 6점이 현존하는데, 국내에 있는 작품 중 유일하게 제작연도를 확실히 알 수 있는 채색 불화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1657년에 봉안한 ‘순천 동화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은 수조각승 계찬을 비롯해 인계, 영언 등 7명의 조각승들이 1657년(효종 8년) 완성해 동화사 대웅전에 봉안한 삼불상이다. 세 불상의 복장에서 각각 발견된 조성 발원문을 통해 조성연대, 제작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불상 제작에 필요한 상세한 시주물목이 기록돼 있어 조각승 간의 협업과 분업, 불상 제작에 필요한 물목과 공정을 이해하는 데 많은 참고가 된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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