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회 주최 ‘2023 출입기자단 회계현안 세미나’
21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빅데이터와 AI시대의 회계감사’를 주제로 열린 ‘출입기자단 회계현안 세미나’에서 “새로운 (감사)기술은 글로벌 대형 회계법인에 편중돼 있고, 데이터 보안 우려 등 부정적 시선 탓에 감자 현장에서 이를 활용하는 데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어 “빅데이터 분석 기술은 전통 샘플 테스트 방식에서 벗어나 전수 조사 감사를 가능하게 한 수준으로 올라왔다”면서도 “감사인 스스로 기술 변화에 대비해야 할 뿐 아니라 기업, 투자자, 감독당국 등 이해관계자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발표를 진행한 국내 4대 회계법인(삼일·삼정·한영·안진) 관계자들도 회계감사와 AI 만남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여전히 규제 완화 및 감사 신뢰도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원일 삼정KPMG 상무는 “새로운 감사 툴을 안심하고 쓸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요구된다”며 “일선 회계사 사용부담 및 검증 책임을 덜고, 개발자에겐 준용할 수 있는 인증체계를 수립해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한공회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달라고 요구하며 “일관된 기준이 없다면 고객마다 각각 응대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국내 ‘빅4’를 제외한 회계법인들은 개별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인증·공유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공회 혹은 여러 법인 공동 개발 추진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삼정KPMG에선 별도 자료를 제출받지 않고, 기업들이 클라우드(Cloud)에 올린 데이터에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감사를 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첫 발표를 맡은 김재동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오토메이션(자동화)을 통해 DSD로 작성된 재무제표를 엑셀로 가져와 편리하게 검증을 수행하고, 버튼 한번으로 계산검증도 자동 실시할 수 있다”며 “회계사들이 단순 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셈”이라고 짚었다.
김 파트너는 “재무제표와 주석, 또는 주석 간 숫자 일치 여부를 몇 차례 클릭으로 검증하고, 총괄표 기능을 통해 숫자 오류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처럼 회계감사에서 다수 절차가 자동화돼 상용화 단계까지 다다른다면, 현재 기업들이 길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감사시간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영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수석위원은 데이터 감사 관련 “감이 아닌 사실에 기반해 감사를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며 “대용량 데이터도 직접 분석이 가능해지고, 모집단 전체에 대한 관리가 가능해지는 만큼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수석위원은 챗GPT 등 생성형 AI를 이용한 감사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쓰이는 데이터에 편향성이 내포될 수 있고, 거질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꾸며낼 여지도 있다”며 “해당 감사 로직에 대한 검증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동춘 EY한영 디지털감사 리더는 “향후 10년 내 회계감사 효율성을 높이고 절차를 단순화해 투입 노력을 최소화하게 만드는 새로운 도구들이 시장에 도입될 전망”이라며 “거래내역뿐 아니라 알고리즘 자체를 감사하는 데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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