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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올 들어 건설 현장에 쓰이는 H형강의 중국산 유입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산 '짝퉁' H형강이 국내에 편법 수입된 바 있어, 한국산업표준(KS) 인증을 받지 않은 저품질 수입산 철강재가 국내 건축물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5월까지 중국산 H형강의 수입량은 8만2049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로 들어오는 H형강 전체 수입 물량에서 중국산이 3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말 중국의 리오프닝 기대감에도 극심한 자국 수요 부진을 겪으면서 국내 시장으로 저가 중국산 수입이 증가한 것이다.
다만 일부 건설 현장에서 KS 인증이 없는 중국산 저가 강재를 쓴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아 안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H형강은 국내 건설 현장에서 대형 구조물 골조나 토목공사에 필수 자재로 쓰이는 제품으로 안전성이 중요하다. 이에 건설기술진흥법은 연면적 660㎡ 이상인 건축물의 건축 공사, 총 공사비 2억 원 이상 전문 공사 등에서는 KS인증 제품 혹은 이와 동등한 품질의 제품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KS 제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항복강도(재료가 변형되지 않고 견디는 강도)와 인장강도(끊어지지 않고 견디는 강도)가 낮아 구조물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시공 시 오차 발생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KS제품은 KS와 동등한 규격인지 시험하는 검사를 거쳐야 하지만 건설 현장에서 이 과정이 확인되지 않고 있어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건설용 강제에 대한 자재 점검표를 신설하고 증빙을 의무화하려는 행정예고는 있었지만 아직까지 시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작년에는 건축 현장에서 쓰일 수 없는 중국산 저품질 H형강이 다른 품목으로 둔갑해 편법으로 수입되기도 했다. 제품에 일명 '마구리판'으로 불리는 철판을 용접해 '기타 철구조물'로 들여오는 방식이다. 국내에 수입된 후에는 마구리판을 떼어내고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그간 유통된 비KS 형강 제품이 현재 어디에서 쓰였는지는 업계에서도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H형강에 대해서는 현재 유통 이력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기타 철 구조물'로 수입된 저품질 제품은 품질 인증의 사각지대에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비KS H형강 수입량은 24만1684t으로 전체 H형강 수입량 절반 이상인 54.2%로 추정된다"며 "단순한 부자재용이 아니라 실제 건축 구조물에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저가 수입재는 붕괴 사고 등의 참사를 유발할 수 있어 관계 부처와 합동점검을 통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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