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전세보증금 미반환 등
역전세난 역풍, 관련 대출 줄줄이 부실 우려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받은 자영업자
미분양 속출에 공사대금 못 받는 건설사
대출 내준 금융권, 보증 선 공공기관까지
부동산 시장 부진이 금융안정 리스크로
[파이낸셜뉴스]
부동산 시장 부진이 금융권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우리나라 금융시장 제1의 리스크로 지목됐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가계의 자산이 줄어들어 대출 상환능력이 악화되고,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대출 건전성 우려가 커지며, 미분양 속출로 자금융통이 어려워진 건설사 재무사정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을 내준 금융회사와 보증을 선 정책금융기관들까지 줄줄이 대출 부실에 따른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1일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제1의 금융불안 잠재 리스크로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금융으로의 파급 효과를 꼽았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대표적인 예다. 전세가격이 지난 3월 수준을 지속할 경우 임대가구가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할 보증금 차액 규모는 올해 내 24조2000억원에 달한다. 임대인이 대출을 더 받더라도 보증금 차액을 돌려주지 못하는 비율은 최대 7.6%로 추정됐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가계의 평균 순자산 감소와 상환능력 저하도 문제다.
2021년 하반기 이후 이어진 주택가격 조정으로 가계의 평균 순자산은 2021년말 4억4000만원에서 올해 3월말 3억9000만원으로 약 5000만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상환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 비중은 같은 기간 2.7%에서 5.0%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부동산 가격 하락과 맞물려 자영업자 대출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1·4분기말 기준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1033조 7000억원으로 1년새 7.6% 증가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말(684조9000억원)에 비해서는 50.9% 늘었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이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부동산 하락으로 인한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는 것이다. 올해 1·4분기말 기준 비주택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은 58.6%로 비자영업자(15.1%)의 약 4배에 달했다.
부동산 경기 부진은 시차를 두고 건설사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킨다. 지난 4월 말 기준 미분양주택은 전국 7만 1000호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건설사별 평균 미분양주택 재고액은 66억원으로 늘었다. 분양·공사 미수금은 1년새 34.1% 증가해 234억7000만원에 달했다.
한국은행은 "미분양주택이 증가한 이후 약 3년의 시차를 두고 건설사의 부실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최근 급증한 미분양주택이 향후 건설사의 재무건전성을 저하시킬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말 기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연체율은 1.19%,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5%로 2021년 이후 상승세다.
전세 관련 대출 보증을 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금융공사(HF)의 재무건전성 악화도 예고됐다. HUG의 보증 부실금액은 2021년 8000억원에서 2022년 1조6000억원으로 2배 늘었다.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도 같은 기간 6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렇게 보증기관의 대위변제액이 늘어나고,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결국 정부 재정으로 보증기관에 돈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 민간에서 생긴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의 몫을 정부의 재정으로 부담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단시일 내 주택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반환부담 증대, 미분양주택 물량 증가, 부동산 PF 대출 부문의 부실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이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주택시장 부진 장기화로 부실이 확대되지 않도록 실수요자 위주의 규제 완화, 분양가 조정,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에 직면한 전세 세입자 보호 방안 마련 등의 대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은은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 위험 사업장에는 필요시 정리 작업을 신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민간과 공공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금융기관의 대손충당금 적립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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