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진핑은 독재자' 발언 논란…다양한 변수로 작용 관측
전문가, 中 외교 의전 의도적 무력화에 대한 바이든의 고단수 외교 평가
전문가, 민주주의 진영의 정치적, 가치적 우월성을 강조 담론 공고화 측면 해석
미·중 관계 재경색, 中 친 부장의 방미·11월 샌프란시스코 APEC 시 주석 참석 여부로 확인 관측
[파이낸셜뉴스]
바이든의 시진핑 독재자 발언은 전략적 복합함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국내 한 기금모금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Dictator)'라고 불러 중국 측이 발끈하면서 안그래도 냉랭한 미중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바이든의 독재자 발언을 정치외교학적 차원의 '고단수 외교'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열린 한 행사에서 연설하던 도중 지난 2월 중국의 이른바 '정찰 풍선'(고고도 정찰용 기구)이 자국내 영공을 침범했던 사건을 거론하면서 시 주석을 '독재자'로 표현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차량 2대분의 스파이 장비를 실은 기구를 (미 전투기가) 격추했을 때 시 주석이 화를 낸 건 기구가 거기(미 영공) 있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는 건 '독재자'들에게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보도되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오닝(毛寧)은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도 "미국 외교의 매우 모순적인 발로"(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란 반응이 나왔다.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시 주석과 만나 모처럼 미중관계가 훈풍모드로 전환되는게 아니냐는 기대감을 낳았지만 곧바로 독재자 발언으로 이 같은 기대감은 바로 사그라든 모양새다.
시주석의 블링컨 국무장관 의전 폄하에 대한 경고 메시지
국내전문가는 바이든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은 전략적인 차원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다.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3일 기자와 통화에서 "고단수 외교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우선 시진핑이 블링컨 국무장관을 접견한 방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블링컨 장관이 디리스킹(위험 줄이기) 기조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시진핑 ‘독재자’ 발언이 모순으로, 미국 내 유권자인 청중을 의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지만 당장은 선거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외교에서 의전은 자국의 국격이자 상대국에 대한 존중 수준을 판단하는 가늠자다. 중국은 종종 상대방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의전을 활용해왔다. 대표적 사례로 지난 2016년 오바마 대통령 방중 시 레드카펫이 준비되지 않은 것은 의전을 통한 외교 강압 사례로 회자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번 중국을 첫 방문한 블링컨 국무장관이 시 주석 예방 시 배정받은 자리는 위계적 질서를 각인시키는 방식이라는 것이 반 책임연구원의 시각이다.
시 주석은 중앙에 위치하고 블링컨 장관은 우측에 앉았는데 이는 통상 외교장관이 타 국가의 행정수반을 접견 시 병렬식으로 앉는 의전 관례를 의도적으로 무력화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반 책임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것이 외교상식을 벗어난 독재자 방식의 의전이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상기시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김정은, 푸틴 등 독재자 그룹을 향한 시그널? 분석도
나아가 시 주석을 이 참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같은 '독재자' 반열에 포함시킴으로써 푸틴과 김정은에게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중간 전략적 패권 다툼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한반도 비핵화 등 핵심 글로벌 의제에서 미국 정부가 전략상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얘기다.
반 책임연구원은 "민주주의 진영의 정치적, 가치적 우월성을 강조한 것이라 볼 수 있다"며 "미·중 전략적 경쟁에서 미국이 가치 차원에서 우월성이 있다는 담론을 공고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신냉전 구도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공약으로 내세워 현재 2차 회의까지 진행되었던 것에서 보듯 민주주의 증진과 같은 가치의 확산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수호에 중요한 추동체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푸틴, 김정은과 같은 다른 독재자에게도 경고의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한 효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은 위의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하는 동시에 디리스킹 기조도 병행하려는 전략적 노림수가 녹아있다고 반 책임연구원은 보고 있다.
반 책임연구원은 "강자에게는 약한 중국의 행태를 어느 정도 반영한 셈법도 있다고 보인다. 따라서 바이든의 독재자 발언은 고단수 외교라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
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로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추가 도발 위협 등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해선 동맹국인 미국과의 강력한 공조 아래 미·중 간의 관련 기류를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외교가에선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참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링컨 시주석 접견, 모처럼 맞은 美中 화해무드 '없던 일로'
중국을 첫 방문하고 있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8일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과 8시간 동안 이어진 회담과 만찬을 통해 양국 간 현안을 논의하고 양국 간 소통의 중요성에 뜻을 같이했다. 미국 외교수장이 중국을 방문해 고위급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은 5년 만이다.
중국 외교부도 "양측은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고 중미 관계의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실무 그룹 협의를 계속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월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정찰위성'의 미국 영공을 침범하는 사건 발생으로 취소됐고 양국관계가 경색된 바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 친강(秦剛) 외교부장과의 회담에 이어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시진핑 주석을 잇달아 예방해 미중 갈등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와 관련 친 부장은 블링컨 장관의 미국 방문 요청을 수락하기도 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중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과 그 해결을 위한 중국 측의 '건설적 역할'을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20일 보도된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그들(중국)이 어떤 이유로든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우린 한국·일본과 함께 우리 자신과 동맹을 보호하려는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중국 측에 전했다고 설명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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