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업과 옛 신문광고] 해태 양갱과 '캬라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2 18:03

수정 2023.06.22 18:03

[기업과 옛 신문광고] 해태 양갱과 '캬라멜'
광고가 많지 않던 시절 해태제과는 중요한 광고주였다. 초창기에는 양갱, 캬라멜(캐러멜)이 주력상품이었고 대부분 이 제품들이 광고에 나왔다(조선일보 1956년 6월 2일자·사진). 해태제과는 홈페이지에 '순수한 민족자본과 우리 기술로 세워진 국내 최초의 식품회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상상의 동물로 광화문 앞에 있는 해태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도 민족자본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해태의 뿌리는 일본의 적산(敵産·일제가 남기고 간 재산) 기업인 나가오카제과라고 할 수 있다. 창업주 박병규는 나가오카제과의 경리직원이었는데 광복 후 서울 남영동 공장의 생산설비를 불하받아 1945년 해태제과 합명회사라는 기업을 설립했다. 나카오카제과는 일본군 군납업체로 설립돼 양갱과 캐러멜을 납품했다고 한다.
남영동은 일본군 야포병 중대가 있던 곳이다.

젊은 세대에게 양갱(羊羹)은 낯선 과자다. 우리말로는 단팥묵 정도 된다. 일본에서 유래했고, 장년층은 '요깡(요캉)'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한다. 해태는 설탕과 우무(우뭇가사리를 끓여서 식힌 것), 팥 등을 넣어 우리 입맛에 맞는 새로운 가공법을 개발했다. 지금도 '연양갱'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캐러멜은 물엿, 설탕, 우유, 초콜릿 따위에 바닐라 등의 향료를 넣고 고아서 굳힌 사탕이다. 1899년 설립된 일본 모리나가제과의 밀크캐러멜이 유명했다. 일제강점기에 국내로 들어왔고 광고도 냈다. 모리나가 캐러멜은 지금도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편의점에서도 판매했다가 전범기업 제품이라는 비난에 철수했다. 모리나가는 일본군 전투식량을 납품한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해태제과는 여느 기업처럼 6·25전쟁으로 임직원의 절반 이상을 잃고 판매조직도 와해되는 위기를 맞았지만 재기에 성공했다. 1960년 이후 양평동에 생산공장을 지었고 1970년 발매한 부라보콘이 대히트를 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상경한 도매상인들로 공장 앞이 인산인해를 이루어 출입문을 봉쇄했을 정도로 부라보콘의 인기는 대단했다. 해태는 중공업·전자회사, 야구단까지 거느린 재벌그룹으로 성장했지만 문어발식 확장으로 해체되고 말았다. 모기업인 해태제과도 부도 처리되었다가 2005년 크라운에 인수됐다. 크라운제과는 당시 제과업계 4위였는데 2위인 해태를 인수해 화제가 됐다.
크라운산도로 유명한 크라운제과 또한 해태와 비슷한 시기에 부도를 냈다가 회생했다. 당시 신문은 "새우가 고래를 먹었다"고 썼다.
두 기업이 합쳐진 크라운해태홀딩스는 해태제과의 옛 공장이 있던 남영동에 본사를 두고 있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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