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사형 만족'한다던 권재찬 항소심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계획살인 단정 어려워" (종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3 12:12

수정 2023.06.23 12:12

평소 알고 지낸 중년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유기를 도운 공범마저 살해해 사형을 선고받은 권재찬이 2021년 12월14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소 알고 지낸 중년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유기를 도운 공범마저 살해해 사형을 선고받은 권재찬이 2021년 12월14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살인 전과가 있음에도 또 중년 남녀를 이틀 사이 연달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권재찬(54)이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규홍 이지영 김슬기 부장판사)는 강도살인, 시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권재찬에게 사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한 1심 판단은 유지했다.

2심은 권재찬이 '강도' 범행을 기획한 것은 인정이 되나 '살인'까지 기획했는지에 대해서는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권재찬이 지인인 50대 여성 A씨를 살해한 것을 계획된 강도살인죄로 인정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사형선고는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춰 정당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한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며 "살인까지 기획을 치밀하게 했다면 새벽 6시 주차장으로 이동할 때까지 둘만 있었던 시간과 장소가 쇼핑센터 주차장보다는 더 적합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먹인 행위에 대해서는 '강도' 범행을 실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권재찬이 일부 범죄에 대해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앞서 최후 진술에서 권재찬은 "나중에 죽어서라도 용서를 빌겠다"며 "사형에 만족하고 형량을 줄이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권재찬이 사형에 불만이 없고 항소를 기각해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 자체를 반성의 표시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권재찬은 당연히 엄벌에 처해야 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사형에 처하는 게 정당할 만큼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지 의문"이라며 "기간 없이 사회 격리되어 반성하고 참회하고 속죄하며 살아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판결 직후 방청석에서는 "저런 놈에게도 인권이 있다고"라는 욕설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권재찬은 2021년 12월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한 상가 지하 주차장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50대 여성 A씨를 살해 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A씨의 신용카드로 수백만원의 현금을 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재찬은 A씨의 시신 유기를 도운 공범 B씨를 이튿날 인천 중구 인근 야산에서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도 받는다.

권재찬은 과거 2003년에도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당포 업주를 살해한 뒤 일본으로 밀항했다 붙잡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되며 2018년 출소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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