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환율

환율관찰대상국 탈출, '반드시' 좋은 시그널일까?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5 12:41

수정 2023.06.25 12:41

美 재무부, 지난 17일 '2023 상반기 환율보고서' 발표
한국·중국·스위스 등 7개국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 일본은 관찰대상국서 제외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되면 미세조정 등 환율 관련 정책 수행 시 제약 뒤따른다는 우려도
외환당국 "환율보고서 미국 입장에서 쓰인 데다가 지난해는 각국이 통화 절하 대신 절상 움직임...각국 경제상황 정확히 파악하려면 환율보고서 대신 IMF 대외부문보고서 봐야"
[워싱턴=AP/뉴시스] 미국 재무부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 등 7개 국가를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사진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지난 4월 워싱턴 재무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2023.04.12. /사진=뉴시스
[워싱턴=AP/뉴시스] 미국 재무부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 등 7개 국가를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사진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지난 4월 워싱턴 재무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2023.04.12.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가 올해 상반기에도 환율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지난 2016년 4월 이후부터 2019년 상반기를 제외하고 매번 환율관찰대상국 목록에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환율관찰 대상국에 지정되면 외환당국이 환율 미세조정 정책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외환당국은 환율관찰대상국이 미국 기준에서 지정되고 있고 미내에서도 최근 환율보고서에 큰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환율보고서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대외부문보고서가 해당 국가의 경제상황을 더욱 정확히 반영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환율관찰대상국, 어떻게 선정되나

제공=국제금융센터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제공=국제금융센터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 재무부는 한국, 중국 등 7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에 포함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2023년 상반기 환율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은 이번 보고서에서 제외됐다.

환율관찰대상국은 미국과의 교역 조건을 자국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국가가 환율에 개입하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 국가로 △지난 1년 동안 150억 달러를 초과하는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초과하는 경상흑자 △지속적이고 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GDP의 2%를 초과하는 외환을 12개월 중 8개월 이상 순매수) 등 3가지 요건 중 두 가지를 충족할 경우 지정된다.

우리나라는 3가지 기준 가운데 대미 무역 흑자(370억 달러) 기준 1가지에만 해당됐다. 지난 2022년 기준 GDP 대비 경상흑자는 1.8%에 그쳐 해당 요건은 충족하지 않았으나, 2회 연속 제외 기준을 충족해야 '환율관찰대상국'에서 빠진다는 재무부 정책에 따라 관찰대상국으로 유지됐다.

환율관찰대상국 지정, 무엇이 손해일까

[보고서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보고서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다고 해서 특별히 금융 제재를 받는 것은 없다. 그러나 환율 변동 폭이 지나치게 클 경우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미세조정 조치를 실시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과도하게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등 큰 변동폭을 보이게 되면 당국이 그 폭을 줄여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고자 미세하게 개입을 하게 된다"며 "환율관찰대상국에 포함될 경우 이런 개입을 할 때 제약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안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환율관찰대상국에 포함되었다고 해서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지만 외환당국이 (미 재무부에게) 관찰을 당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조심스럽게 개입을 하게 된다"며 "(관찰 대상국이 아닌 국가에 비해) 좀 더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만약 미국 재무부나 연방준비제도(연준) 등이 환율관찰대상국의 외환시장 개입 조치가 과도하다고 판단할 경우, 구두 경고를 받을 수도 있다. 강 교수는 "우리 경제가 연준의 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듯, 미국 금융당국이 경고성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보낼 경우 우리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되면) 기본적으로 미국의 모니터링을 받게 되므로 우리가 외환시장에서 환율 관련 정책을 펴는 데 상당한 제약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의 관찰 탓에) 우리가 우리 상황에 맞는 정책을 못 쓸 수도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금융당국 "환율관찰대상국 지정, 그리 치명적이지 않아...경상수지 흑자폭 감소 지속, 과연 좋을까"

6년 만에 준공된 한국은행 신축 통합별관 (서울=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7일 서울 중구에 6년 만에 준공된 한국은행 신축 통합별관을 공개했다. 사진은 한국은행 신축 통합별관 외관 모습. 2023.4.27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끝)
6년 만에 준공된 한국은행 신축 통합별관 (서울=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7일 서울 중구에 6년 만에 준공된 한국은행 신축 통합별관을 공개했다. 사진은 한국은행 신축 통합별관 외관 모습. 2023.4.27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끝)

외환당국은 환율관찰대상국 지정이 크게 걱정할 만큼 치명적인 이슈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직전 보고서에서 관찰 대상국에 포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환율관찰대상국에 지정되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은 관계자는 "(미 재무부가) 우리를 특별히 신경써서 환율관찰대상국으로 포함시켰다기보다 기계적으로 내린 조치에 가깝다"고 말했다.

미국 환율보고서가 처음 발표되었던 지난 2015년과 현재의 상황이 달리 흘러가는 점 또한 당국이 환율보고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원래 미국 환율보고서는 자국의 통화가치를 절하해 미국을 상대로 한 국제무역에서 막대한 이득을 노리려는 국가들을 제재하기 위해 나온 '무역촉진법'에 의해 작성됐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국 통화가치를 절하하는 대신, 절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양상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의회가 환율보고서를 제출받았던 이유는 환율을 과도하게 한 방향으로 조정하는 국가가 미국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은 맥락이 크게 달라져서 미국 내에서도 환율보고서에 큰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환율보고서가 철저히 미국의 입장에서 쓰였다는 점도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로 지적된다. 재무부가 제시한 환율관찰대상국 내지 환율심층분석국의 기준인 높은 대미 무역흑자, 경상흑자 등은 대개 해당 국가에 유리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보고서는 미국 입장에서 쓰인 것이며, 우리 입장에서는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일수록 좋다"며 "환율관찰대상국에서 벗어나려면 경상수지 흑자가 감소해야 하는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과연 우리에게 좋은 것인지 의심도 든다"고 전했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보고서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대외부문보고서(External Sector Report·ESR)를 봐야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해당 국가의 경제상황을 조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SR은 각국의 환율, 지속가능성, 경상수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서 보는 환율 보고서의 경우 미국을 대상으로 흑자를 본 국가들이 거의 관찰 대상으로 나왔다"며 "ESR은 각국의 입장에서 대외적인 측면을 평가하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경제에 대해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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