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면직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23일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강동혁 부장판사)는 "계속 방통위원장 직무를 수행하도록 할 경우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해될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한다"며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상대로 낸 면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집행정지란 신청자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볼 우려가 있을 때 처분의 집행이나 효력을 임시로 중단하는 법원의 결정이다. 따라서 집행정지가 인용되기 위해선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성이 충족돼야한다. 또 행정소송법상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는 처분의 정지가 허용되지 않는다.
재판부는 한 전 위원장이 다시 복직하게 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 전 위원장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기는 한다"면서도 "계속해 방통위원장 직무를 수행하도록 할 경우 방통위 심의·의결 과정과 결과에 대한 사회적 신뢰뿐 아니라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해될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한 전 위원장 측은 앞선 심문기일에서 방통위원장의 면직 처분은 국회의 탄핵 절차나, 탄핵이 가능할 정도로 중대하고 명백한 헌법·법률 위반 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방통위원장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가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조항에 대해 "행정부 수반에 의한 통제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국회에 의한 통제가 가능하도록 병행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며 "방통위원장도 방통위원 중 1인에 해당함은 분명하므로 다른 방통위원과 마찬가지로 면직 사유가 있는 경우 면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형사범죄 성립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방송의 중립성·공정성을 수호할 중대한 책무를 맡은 방통위원장으로서 그 직무를 방임하고 소속 직원에 대한 지휘·감독의무를 방기했다"고도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2020년 3월11일 TV조선 반대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 인사를 심사위원으로 선임하고, 그 다음 달 TV조선 평가점수가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로 지난 5월 2일 불구속 기소됐다. 정부는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법·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을 이유로 한 전 위원장의 면직 절차를 진행했고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 전 위원장의 임기를 2달 앞두고 면직안을 재가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 같은 처분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면직 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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