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6만원, 7만원 가도 문제 없는 회사예요. 바로 이런 종목에 투자해야 합니다."
2021년 6월 구독자 55만명의 유튜버 김모씨(54)는 시청자들에게 3만원대 초반이던 A주식을 매수하라고 추천했다. A주식은 이후 기가 막히게 올랐다. 쉽고 재미있게 주식공부를 하려고 보던 개인투자자들은 김씨에게 열광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채널뿐만 아니라 구독자 170만명에 달하는 유명 투자채널에도 빈번하게 출연했다. 역시 종목을 추천했고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그는 '대장님'이라거나 '슈퍼개미 형님'의 줄임말로 '개형님'으로 불렸다.
그러나 김씨가 추천한 종목들은 그가 사전에 매수해 둔 종목이었다. 자신이 미리 사 놓고 유튜브 영향력을 이용해 종목을 추천한 후 주가가 반짝 상승하면 보유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챙겼다.
김씨는 이런 방법으로 지난해 6월까지 5개 종목의 매매를 추천하며 해당 종목을 선행매매해 약 58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김씨는 지난 2월 불구속 기소됐다.
몇백만원, 몇천만원을 투자해 수십억원을 벌었다는 '슈퍼개미'들을 일반투자자들이 맹신하고 이들이 추천한 종목을 샀다가 손실을 보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검찰이나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게 되면 '음모다, 기득권의 견제다'라며 터무니없는 음모론까지 내놓는다.
하지만 이런 유명 유튜버가 실제로는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이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검사 채희만)는 주식 리딩을 악용한 선행매매 등 사기적 부정거래 4건을 수사해 불법 주식 리딩업자 2명을 구속 기소하고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 결과 이들은 주로 '카카오톡 리딩방'과 유튜브 방송을 이용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무료 카카오톡 리딩방에서 28개 종목의 매매를 추천하며 선행매매를 한 일당 3명도 재판에 넘겨졌다. 양모씨(30), 안모씨(30), 신모씨(28)는 1개 방에 60~200명이 참가하는 무료 카카오톡 리딩방 10~20개를 동시에 운영하며 선행매매로 하루 평균 242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양씨는 경제 관련 TV방송 등에 출연하고 국내 증권사가 주최한 실전 투자대회에서 이와 같은 범행 수법으로 수익률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양씨는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됐다. 안씨와 신씨도 지난 2월 불구속 기소됐다.
주식전문방송에서 63개 종목을 매매 추천하며 선행매매해 1억22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송모씨(37)도 이날 재판에 넘겨졌다.
송씨는 친분이 있는 방송작가를 통해 다른 주식방송에서 추천할 종목을 미리 알아낸 다음 선행매매에 이용하고 주식 리딩방에서도 매매추천한 혐의를 받는다. 송씨는 2020년 1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유료 카카오톡 리딩방을 신고 없이 운영하고 지난해 7월까지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원금보장을 약속하며 133억원을 모집해 주식에 투자한 혐의도 받는다.
송씨는 모집한 투자금 중 일부를 주 25~30%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이에게 투자했다가 수억원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불법 주식 리딩 피해는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접수한 관련 민원은 △2018년 905건 △2021년 3442건 △2022년 3070건으로 증가했다.
검찰은 "유료·무료 상관없이 리딩업체 전문가의 말만 믿고 주식을 매매하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며 "불법 리딩업자들은 단기간 손실복구 등을 핑계로 신용매매 등 무리한 투자를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식 리딩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되지 않은 회사 내부정보를 미리 제공하거나 주가조작 세력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며 "이용자도 범행에 연루될 수 있다"고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이 유튜버를 맹종하는 것은 증권사 리서치센터 등 전문기관의 신뢰성이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21일 SK증권은 CJ의 목표주가를 24%나 하향조정하는 리포트를 냈다. 하지만 투자의견은 '매수'였다. 이처럼 국내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크게 하향하고 전망을 어둡게 보면서도 '매도'의견은 거의 내지 않는다. 매도 리포트는 전체의 1%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전문가'라는 리서치센터의 의견을 투자자들이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목표가는 마치 '중계'처럼 주가 변동을 반영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종목 분석과 목표주가를 제시하는 애널리스트(증시분석가)가 해당 종목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를 감시하고 있기도 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1년 증시 상승기에 신규 진입한 개인투자자가 크게 증가했다"면서 "이들은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증권사 리포트보다 쉽게 설명해주는 유튜브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증권사는 종목 분석은 해도 추천은 할 수 없으며 엄격한 컴플라이언스(규율)에 따라 자신의 계좌 및 투자현황 등을 보고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유튜버와 같은 선행매매는 꿈을 꿀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같은 엄격한 규율 위에 종목 분석을 하다보니 보수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밖에 없고 유튜버에 비해 눈길을 끌지 못하지만 최소한 '검증된' 전문가 의견이라는 점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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