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러시아 용병 집단인 바그너그룹이 군 수뇌부를 제거하겠다며 수도 모스크바로 진격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집권 23년 중 최대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23일(현지시간) 바그너그룹은 러시아 남부의 군 지휘본부가 있는 로스토프를 비롯해 두개 도시를 저항없이 쉽게 점령했으며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참모총장 등 군수뇌부를 목표로 모스크바로 병력을 보내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바그너그룹을 진압할 것을 군에 지시했다.
러시아 당국은 프리고진을 반란 혐의로 구속령을 내렸으며 러시아군은 병력을 검문소를 설치고 모스크바 방어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프리고진을 직접 실명으로 거론하지 않았으며 용병들의 움직임에 대해 범죄이자 군사 반란이라고 단정지었다.
그는 1917 러시아 혁명같은 일이 되풀이 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 시민과 국가를 위협으로부터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24일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하지 않고 러시아 군부를 질타했다.
프리고진은 방탄조끼를 입고 로스토프의 군본부에 들어가 바그너 용병들이 러시아군 헬기 3대를 격추시켰다며 “만약 당신들이 보낸다면 모두 격추시킬 것”이라고 했다.
프리고진은 “우리는 러시아를 살리고 있다”며 쇼이구 국방장관과 게라시모프 참모총장이 자신을 만나줄때까지 로스토프를 계속 장악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푸틴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서는 바그너그룹은 "배신자가 아닌 진정한 러시아의 애국자들"이라고 대응했다.
프리고진은 용병들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의 명령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프리고진은 러시아군이 지난 23일 로스토프에서 바그너 용병들 상당수를 공습으로 숨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거짓 구실로 일으킨 것으로 군당국에서는 전선에서 사망한 전사자 수를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이 먼저 정의를 찾은 후 러시아 전체의 정의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긴장에 대해 크렘린궁 연설문 작성자로 근무했던 압바스 갈랴모프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것은 역사적인 것으로 푸틴에게는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유럽 국가의 한 고위 정보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정확한 상황을 파악 중이나 “시간은 푸틴에게 유리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정보 전문가는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푸틴이 장악을 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러시아에서 내부 충돌이 일어나면 나머지 세계는 덜 위험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자신의 무장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체첸 반군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는 프리고진을 배신자라며 바그너그룹을 격퇴하기 위해 병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모스크바 시내에 병력이 배치되고 있으며 테러 방지 조치에 들어가면서 공공 행사들이 취소되고 도로에 검문소가 설치됐다고 보도했다. 또 인터넷 내용들이 추적되고 있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보안도 강화되고 있다.
24일부터 러시아 도시의 바그너 모병소 현수막들이 제거되고 있다.
바그너그룹은 전직 특수부대원을 포함해 러시아군 출신들도 다수 있으며 사면을 조건으로 수감자들도 모집했다. 이들은 자체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군기가 매우 강하고 탈영자나 배신자들은 망치로 때려 처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너그룹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름 반도를 비롯해 시리아와 리비아,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위해 지원해왔다.
WSJ는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 곳곳에 바그너 용병 모집소를 운영하면서 가장 인기있고 권력있는 사람 중 한명으로 떠오르기 위해 노력해왔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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