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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떠받치던 제조사업장인데…줄줄이 문 닫는다

뉴스1

입력 2023.06.26 09:57

수정 2023.06.26 09:57

석탄공사 화순광업소./뉴스1 ⓒ News1
석탄공사 화순광업소./뉴스1 ⓒ News1


고려시멘트 장성공장./뉴스1
고려시멘트 장성공장./뉴스1


(광주·화순=뉴스1) 박영래 최성국 기자 = 오랜 기간 광주와 전남 지역경제를 떠받치던 주요 제조사업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다. 친환경 등 산업환경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적자경영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지역민들의 아쉬움 속에 해당 지자체들은 공장부지 개발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100년 넘는 채탄역사를 갖고 있는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가 30일 폐광한다.

정부가 공고한 제6차 석탄산업 장기계획에 따라 2022년 이후 석탄공사의 석탄 생산량을 107만톤으로 한도를 설정한 데 따른 조치다. 올해 화순광업소, 2024년 태백 장성광업소, 2025년 삼척 도계광업소 순으로 단계별 폐광하게 된다.

화순광업소는 동복면·동면·한천면·이양면·청풍면 일대 200㎢에 걸쳐 분포된 화순탄전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지난 1905년 탄전이 발견돼 광업권을 등록했다.


최고 전성기였던 1970~80년대에는 최대 근무인원이 1500명에 이를 정도로 활기를 띠었다.

1989년 70만5050톤의 최대 생산기록을 갖고 있지만 석탄산업이 쇠퇴하면서 최근 10년 동안 연간 생산량은 22만톤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재 화순광업소 근무인력은 200여명으로 일일 2교대로 채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69년째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했던 남선연탄은 '광주지역 마지막 연탄공장' 기록을 남기고 7월 초 공장가동을 멈춘다.

남선연탄은 1980년대에 연간 1억5000만장의 연탄을 생산했으나 점차 가정용 원료가 기름이나 도시가스 등으로 바뀌면서 생산과 판매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 2012년 기준 연간 생산량이 2000만장으로 줄었고, 2021년에는 450만장, 지난해와 올해는 400만장으로 줄었다.

사용처가 한정되다 보니 연탄 생산도 주문이 들어오면 그 수량에 맞게 생산하는 방식으로 공장을 가동해 왔다.

연탄 원자재인 석탄을 대구와 전남 화순 등지서 공장으로 옮기는 수송비용 증가와 연탄 수요 감소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늘어난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공장 가동을 멈추게 됐다.

남선연탄 관계자는 "지역민과 더 함께하고 싶었는데 경영난에 문을 닫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 당초 6월16일 폐업하려고 했는데 원자재가 조금 남아 있어 소진할 때까지 운영할 예정"이라며 "정확한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남은 원자재량을 고려하면 7월 초 폐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73년부터 시멘트 생산을 시작한 고려시멘트 장성공장도 50년 만에 공장 문을 닫게 된다.

시멘트와 레미콘, 모르타르의 제조와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고려시멘트는 시멘트 업체에 대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에 필요한 시설투자 등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지만 경영상태는 악화되면서 불가피하게 장성공장 폐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시멘트는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환경규제가 덜한 고로슬래그시멘트 생산공장을 전남 영암에 구축하고 종업원들의 고용승계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려시멘트 장성공장 노동조합원 50여명은 지난 22일 광주 북구 오룡동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월11일자로 전원 해고통보를 받은 노동자 77명에게 고용승계를 약속하거나 퇴직위로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원재료 등이 남아 있어 현재 멈춰선 공장을 다시 가동해 원재료를 소진한 뒤 최종적으로 장성공장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경제의 한축을 담당해 왔던 주요 제조사업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민들은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속하게 변하는 산업환경, 이에 따른 경영난이 결국 공장 문을 닫게 만드는 요인으로 풀이했다.

김일태 전남대 석좌교수(경제학부)는 "친환경 저탄소 등 환경문제는 기업경영을 압박하는 요인이 됐고 기술개발 문제, 고용환경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해당 지자체들은 문을 닫는 공장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화순군은 폐광부지 개발을 위해 광업소 부지 매입비 지원과 폐광지역 개발과 관련한 규제 완화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장성군도 고려시멘트 공장터에 주거와 상권, 관광휴양시설 건립을 추진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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