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여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조사와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을 위한 청문회 실시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곧바로 이견이 노출됐다. 여당이 "선관위 국정조사는 감사원 감사 이후 실시하고, 오염수 문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결과가 나오면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선관위 국정조사 문제는 일단 제쳐놓자.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 청문회는 당장 여야가 특위 구성 등 협상에 나서야 할 사안이다. 일부이지만 소금 사재기가 횡행하고, 어민과 수산물 판매상 등에 대한 구체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IAEA 보고서와 추가 시료 분석 결과만 기다리며 세월을 보낼 때가 아니다. 이게 시급한 민생현안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야당은 부산, 인천, 강릉 등지를 돌며 연달아 장외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핵폐수'라는 말로 국민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여당은 야당에 대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을 가리기 위한 괴담 유포 선동세력이라고 비난한다. 광우병, 사드 전자파에 이은 제3의 괴담이라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처리된 오염수를 마실지 말지를 놓고 말싸움만 거듭한다. 야당의 장외집회와 여당의 횟집회식, 참외 먹방이 평행선을 긋고 있다. 우리 국회와 정치의 유치한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모습이다. 여당은 야당을 장내로 끌어들여 과학적 논쟁을 벌여야 한다. 청문회가 개최되는 동안 야당이 어떤 명분으로 장외집회를 벌일 수 있겠는가. 야당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의 만남으로 사대주의 논란을 자초하는 등 탈국회 행보를 접어야 한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도 얼마든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논란과 진실'(백원필 등 공저)에서 저자들은 원전 사고에 관한 한 '안전과 안심'을 모두 잡아야 한다고 한다. '개인의 합리성'을 넘어 '사회적 합리성' 추구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도 중요한 대목이다. 개인이 듣고 싶은 것, 믿고 싶은 것만 취사선택하는 시대에 한자리에서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청문회는 그만큼 중요하다.
dinoh7869@fnnews.com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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