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교육으론 못 푼다" 킬러문항 22개 공개… "판단기준 모호" [9년만에 나온 사교육 경감대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6 15:10

수정 2023.06.26 21:17

최근 3년 수능·6월 모평 사례 분석
고교생 이해하기 어려운 지문 사용
"공교육서 다룰 수 있는지가 중요"
준킬러문항 빠져 수험생 혼란 우려
"공교육으론 못 푼다" 킬러문항 22개 공개… "판단기준 모호" [9년만에 나온 사교육 경감대책]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모의고사에서 수험생들의 사교육비 증가 원인으로 손꼽히는 '킬러문항' 개수가 최근 2년 사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26일 교육부에 따르면 6월 모의평가와 지난해 11월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문항'이 각각 7개씩 똑같이 출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년도 수능에서도 7개의 킬러문항이 나왔다. 하지만 2년 전에는 킬러문항이 수학에서 1개 문제만 출제됐다. 킬러문항에 준하는 어려운 문제인 '준킬러' 문항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이번 발표에서 빠지면서 정확한 사교육 대책 발표가 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 경감대책', 최근 수능과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킬러문항 사례를 공개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과정 내 수능 출제'를 지시하면서 교육부가 킬러문항을 제거하기 위한 작업에 나선 것이다. 교육부는 이날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수능 변별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정수능 평가 자문위원회'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공정수능 출제 점검위원회'를 신설, 수능 출제 단계부터 문항을 점검한다.

하지만 상위권 명문대학들은 수능이 너무 쉬우면 비슷한 성적으로 인해 신입생 선발에 어려움이 많다는 불만을 보여왔다. 이런 이유로 적절한 고난도 킬러문항은 명문대 의대 등을 목표로 하는 초상위권 학생 등을 구별해내는 데 좋은 순기능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킬러문항에 중하위권 수험생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둬야 한다. 수능시험에서 지문이 유독 긴 킬러문항에는 별도의 별표(★) 등을 표시해주거나 킬러문항의 순서를 시험지 맨 뒤 항목으로 배치해둘 수도 있다. 대학교수들도 풀기 어려운 난해한 킬러문항에 중하위권 수험생들이 매달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킬러문항이 완전히 사라지면 학생 선발에서 변별력을 잃은 명문대학들이 논술시험을 어렵게 출제하거나 심지어 극단적으로 본고사 부활까지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수학 킬러문항이 가장 많아

교육부는 외부위원과 함께 킬러문항 점검팀을 구성하고 2021년부터 2023년 수능 및 202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국어·수학·영어 480문항을 살폈다. 그 결과 국어 7개, 수학 9개, 영어 6개 총 22개의 킬러문항이 출제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6월 모의평가에선 국어영역 공통과목 14번과 33번 문항이 킬러문항으로 꼽혔다. 교육부는 국어 킬러문항을 두고 "고등학생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문과 전문용어를 사용했다"며 "배경지식을 가진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게 풀 수 있는 문항"이라고 설명했다.

6월 모의평가 수학영역에선 공통과목 21번과 22번 문항, 미적분 과목 30번이 킬러문항으로 판단됐다. 수학영역에서는 여러 개의 수학적 개념을 결합, 과도하게 복잡한 사고나 고차원적 해결방식을 요구하는 등의 킬러문항이 있었다고 한다

같은 평가 영어영역에선 33번·34번 문항이 킬러문항으로 지목됐다. 이들 문항은 글의 내용이 다소 추상적이며, 공교육에서 다루는 일반적인 수준보다 어렵게 문장이 구성됐다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수능에서는 국어 2개, 수학 3개, 영어 2개 등 총 7개의 킬러문항이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불분명한 킬러문항 기준 '물음표'

이날 교육부의 킬러문항 공개에도 판단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교육부는 오답률 등 수치에 기반해 킬러문항을 판단하기보다는 '공교육 과정에서 다룰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의 잣대로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마다 킬러문항 판단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킬러문항에 대한 기준이 흔들리면 올해 수능을 치러야 하는 수험생의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어떤 문제에 대비해야 할지 판단할 수 없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또다시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변별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수능에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수험생은 혼란에 빠지고 사교육을 찾는 이들은 증가한다"며 "당장 킬러문항이 무엇인지, 준킬러문항을 준비해야 하는 건 아닌지 물음표만 있기 때문에 수험생이 느끼는 당혹스러움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복잡하고 난해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학부모, 교육청, 관계부처, 나아가 지자체·민간까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를 믿고 힘과 지혜를 함께 모아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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