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줄 알면서…반란군은 왜 모스크바로 향했나
닛케이는 26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바그너는 탄약 부족에 시달려 왔으며 전투원도 수만명으로 그리 많지 않다"며 "푸틴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정규군, 경찰 등과 정면으로 싸울 수 없다는 것은 예브게니 프리고진 자신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문은 2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하나는 바그너가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등 외부의 지원을 받아냈다는 관측과 또 다른 하나는 푸틴 체제에 불만을 품은 러시아군 및 치안 조직 일부가 은밀하게 반란에 협력해 시나리오를 그렸다는 것이다.
러시아 반체제 언론인 출신인 세르게이 수믈레니 유러피언레질리언스이니셔티브센터(ERIC) 소장은 바그너가 러시아 남부의 군 시설 등을 순순히 제압한 점에 주목했다.
그는 닛케이에 "지금까지 푸틴 체제를 지탱해 온 치안·군 요원의 일부가 바그너에 가담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반란은 실패하면서 이제 초점은 러시아의 정세와 우크라이나의 전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로 집중되고 있다.
아르세니 야체뉴크 전 우크라이나 총리는 지난 24일 "국내외를 불문하고 푸틴 체제의 권위를 현저하게 해치는 것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푸틴의 시선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 국내로 옮겨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단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군에 도움이 된다"고 내다봤다.
■푸틴에게서 히틀러가 보인다
바그너 쿠데타가 러시아에서 국민적 봉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애초에 없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그럼에도 푸틴은 이번 반란에 크게 당황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국내 안정에 주력한다는 이유로 러시아가 정전을 검토할 수도 있다"면서도 "반대로 푸틴이 또 다른 강경노선으로 기울어 총력전을 이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신문은 이번 내란 사태를 2차 세계대전 당시 패전 직전의 독일에 빗대기도 했다.
닛케이는 "2차 대전 말기인 1944년 7월 나치 독일에서 반히틀러 장교들에 의한 쿠데타 미수 사건이 있었다"며 "반란은 진압되고 계획은 실패했지만 독일은 1년도 안 돼 패전하면서 전쟁이 끝났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어 "이번 러시아 반란도 유럽, 그리고 세계 질서의 앞날을 크게 좌우하는 기점이 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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