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특별기고] 오만함에 대한 묵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6 18:51

수정 2023.06.27 06:31

[특별기고] 오만함에 대한 묵상
사람의 오만함은 그가 가진 인격처럼 아무리 감추려 노력해도 결국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포장을 철저하게 한다고 해도 향수나 오물 냄새가 풍길 수밖에 없는 것. 오만함은 지독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나보다 덕이 높고 지혜가 깊고 풍부한 학식을 겸비한 무림의 고수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도 모르고 스스로가 우월한 존재라고 믿는 어리석음 때문이다. 이는 부지불식간 타인에 대한 경시로 나타나기 때문에 감추기 어렵다. 역으로 타인으로부터 멸시를 받는 것을 합리화해 주는 것이다.
내가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무도 평범한 착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고 믿고 싶어 하고, 남과는 차원이 다른 심오한 내적 세계를 혼자만 향유하고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집단들이 이런 평범한 착각에 빠진다. 결국 오만이란 심각한 자기 착각과 자기 최면에 불과한 것인데, 몽상가의 자족에만 그치면 좋으련만 갖가지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등장하게 되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오만은 타인에 대한 멸시와 외면, 언어와 물리적 폭력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것 역시 사회 부적응 현상이고, 일탈행위의 일종이다. 그러나 집단이 이러한 최면과 착각에 빠지면 상황은 좀 더 심각해진다. 인종과 민족에 대한 차별이 그 대표적인 예이고, 이는 역으로 다른 인종과 민족에게 차별받는 것을 합리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는 인류 역사에서 선민사상을 가진 민족이 타 민족에게 무참히 집단 도륙당하고 오랫동안 잔혹하게 핍박받는 것을 목도했다. 아는 것이 많고 재주가 많은 사람일수록 스스로를 낮추기가 어렵다. 그 알량한 학식과 재주가 타인에 대한 상대적 우월감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요란한 빈 깡통이 되기 쉽다. 신기에 가깝게 칼을 쓰는 고수의 검객은 쉽게 칼을 뽑지 않는다. 당장의 권력과 가진 힘을 자랑하지 말라. 권불십년(權不十年)이고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밀림의 왕으로 힘을 자랑하던 늙은 수사자는 결국 젊은 수사자에게 도전당하고 싸움에 패해서 그 상처로 죽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대단한 거부(巨富)라 하더라도 생명을 다하는 즉시 그가 가졌던 모든 것은 남의 것이 된다. 생전에 베풀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그의 인색함만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부유함을 자랑 말고, 많이 베풀지 못함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누구나 알몸으로 태어나서 죽음 뒤엔 한 줌의 재가 되고 흙으로 다시 돌아간다. 밤하늘의 별을 보라. 억겁의 세월 동안 우리가 사는 지구보다 크고 작은 수많은 별의 탄생과 사라짐이 있었다. 긴 시간은 기억도 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우주의 별들은 크든 작든 서로 뽐내거나 부러워하지 않는다. 길가의 잡초가 숲속의 거목보다 못하다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 우주의 모든 존재는 그 각각의 존재로서 나름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우린 그저 태어났으니 모름지기 살아야 하는 것이고, 우리와 함께하는 모든 것과 어우러져 열심히 살아갈 따름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하루가 주어짐에 감사하고, 건강함과 할 일이 있음에 감사하고 또 쉴 수 있음에 감사하며, 늘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렴 열심히 살아갈 따름이다.
궁극적으로 인생엔 오만함이 있을 수 없다.

김원 부산광역시 정책고문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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