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략 핵잠수함 파견 계획은 미 해군의 원자력 추진 순항미사일 잠수함(SSGN) '미시건함'이 지난 16일 부산에 입항해 한국 해군과 연합 특수작전을 진행한 지 약 2주 만에 전해진 것이다. 미시건함은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았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오하이오급 핵탄두 탑재 잠수함(SSBN·전략핵잠수함)을 미국이 한국에 파견할 계획이다. 미 SSBN이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1981년 3월 로버트 리(SSBN 601) 이후 42년 만의 기항이 된다. 다만 미국과 한국의 당국자들은 핵탄두로 무장된 잠수항의 기항 시기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고 WSJ은 부연했다.
한국에 오는 잠수함은 수천㎞ 떨어진 목표물을 겨냥해 핵탄두를 발사할 수 있는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으로 일명 '부머'(boomer)로 불린다. 무기한 잠항이 가능한 데다 수개월 연속으로 순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이 핵잠수함은 미 해군 최강 전력 중 하나로 꼽힌다.
미 해군이 운영하는 핵추진 잠수함은 크게 'SSBN'과 'SSGN'으로 나뉜다. 오하이오급 SSBN은 현재 미국이 유일하게 운용 중인 전략핵잠수함이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트라이던트Ⅱ 탄도미사일이 한 척당 24기가 실린다. 오하이오급 SSBN에 장착된 미사일 전체의 위력은 제2차 세계대전 말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1600발에 버금간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사일 사거리도 최장 1만2000㎞에 달한다. '북한을 지도에서 지워버릴 만한 위력'이란 얘기가 나온다.
WSJ은 미국이 이번에 최대 규모의 전략핵잠수함을 파견하는 데는 우선 지난 수년간 미사일 도발을 이어온 북한 김정은 정권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핵잠수함 파견은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의 첫 실질적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WSJ은 평가했다.
WSJ은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한 윤 대통령이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지 않겠다는 비확산 의지를 재차 천명했고, 미국은 이에 대한 대가로 한국에 핵잠수함, B-52 폭격기 등 전략 자산을 파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당시 워싱턴선언에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이 명문화된 바 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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