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28일(이하 현지시간) 된서리를 맞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AI 반도체 중국 수출을 규제하기 위한 추가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주가가 급락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밤 소식통을 인용해 미 행정부가 중국의 AI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AI 반도체 규제를 위한 추가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추가 규제
WSJ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업체들이 중국과 다른 나라들로 AI 반도체를 선적하는 것을 중단시킬 전망이다. 수출 면허를 받은 뒤에야 수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규정 최종안 손질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수출 규제를 확장하는 조처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엔비디아, AMD의 첨단 반도체 대중 수출을 규제해 중국의 AI 역량 약화를 꾀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당시 규제를 피하기 위해 미 상무부가 제시한 기준을 밑도는 성능의 AI 반도체 'A800'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했다. 고성능 AI 반도체 A100의 하위 버전이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성능이 떨어지는 A800 반도체 수출도 가로 막을 전망이다.
틈바구니에 낀 엔비디아
미국이 A100에 이어 그 대안으로 엔비디아가 내놓은 A800에도 제동을 걸면 엔비디아는 난감한 처지가 된다.
중국 수출은 아예 단념하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의중을 잘 파악해 규제를 피하는 꼼수를 부리지 말라고 행정부가 반도체 업체들에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바이든 행정부가 A800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게 된 것은 A100이나 A800이 성능에서 크게 차이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A800은 AI에 주로 사용되는 A100 반도체와 동일한 연산능력을 갖고 있다.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다른 반도체와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 능력이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에 따르면 A800 반도체로 구성된 AI는 이미지에서 A100 반도체를 사용한 것에 비해 크게 차이가 난다. 그러나 텍스트 기반 AI 모델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이때문에 중국 업체들이 A800을 토대로 생성형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도 규제
미 상무부는 새 규정을 통해 AI 반도체 추가 규제와 함께 클라우드 서비스도 규제할 전망이다.
미국이 고성능 AI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자 고성능 AI 반도체가 탑재된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AI를 개발하는 중국 업체들이 일부 발견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 규제를 우회하는 경로도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울라
그러나 미 행정부의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는 미 경제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미 반도체 산업이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부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8월 행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 조처가 시행되면 8~10월 분기 매출이 4억달러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그러나 우려가 현실화하지는 않았다. 엔비디아는 A100을 대체해 A800을 수출하는 편법으로 매출 손실을 만회했다.
A800 수출길마저 막히면 당시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한편 엔비디아 주가는 널뛰기를 하고 있다. 개장전 시장에서 4% 넘게 급락했던 엔비디아는 오후 장 초반 0.5% 수준의 낙폭을 보였다가 이후 2% 넘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후 다시 낙폭을 만회하면서 1% 중반대로 낙폭이 좁혀졌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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