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행 한 달을 맞이한 가운데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 중 사업을 포기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진료 허용 범위를 대폭 축소하며 지속적인 사업 운영이 어려워진 탓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비대면 진료 사업이 '제2의 타다'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9일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남성 메디컬 헬스케어 플랫폼 '썰즈', 한의원 비대면 진료 플랫폼 '파닥'이 사업을 종료한 데 이어 이달 초 비대면 질염 및 성병 검사 서비스 '체킷'도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비대면 진료·약 배송 플랫폼 '바로필' 역시 오는 30일을 마지막으로 서비스를 끝내고 사업을 전환키로 했다.
비대면 진료 자체가 어려워지다 보니 비대면 진료 플랫폼 중 사업을 종료하는 곳도 잇따라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달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며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비대면 진료 제도 전까지 입법 공백을 메우고자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시범사업안에 따라 현재 비대면 진료는 해당 병원을 방문해 진료받은 경험이 있는 재진환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의료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병원에 가기 어려운 감염병 확진 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 의료 기관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없는 섬·벽지 지역에 한해 초진이 허용된다. 비대면 진료를 통한 약 배송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같은 내용의 시범사업이 진행되자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 업계 곳곳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재진 환자 중심으로 진료를 허용한 탓에 환자가 진료 대상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혼선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18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로 구성된 원격산업의료협의회는 "보건복지부는 환자가 시범사업 대상인지 여부를 의료기관이 직접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환자가 시범사업 대상인지는 의료기관에서만 확인 가능하고 플랫폼이나 환자 본인은 그 기록에 접근할 수 없다"며 "그 결과 의료기관은 하루 종일 진료 접수, 시범사업 대상 여부 확인, 진료 취소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인천의 한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환자들 대부분은 시범사업안을 모르는 상황에서 진료를 신청하고 있고, 의사 역시 기존과 전혀 다른 대상 구분으로 혼선이 일고 있다"고 토로했다.
천안의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도 "시범사업안을 보면 비대면 진료를 하라는 건지 중단하라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불안감에 현재 비대면 진료는 임시 중단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범사업안으로 혼란이 가중되며 비대면 진료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1위 닥터나우에 따르면 시범사업 시행 전인 지난 5월 진료 취소율은 일평균 15%에 불과했지만, 6월 진료 취소율은 3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범사업 시행 한 달 만에 의사가 환자의 진료 요청을 거부한 수치가 배가 된 것이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진료 취소율에서 의사가 시범사업으로 취소한 비중이 전체 취소율의 70%에 달한다"며 "이는 시범사업 대상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의사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절차가 복잡해 진료 자체를 시작하지 않고 거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 업체들이 줄줄이 사업을 종료하자 업계에선 혁신적인 서비스가 규제에 막혀 후퇴하는 이른바 '제2의 타다' 사태가 재현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시범사업안은 전혀 변화가 없어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며 "3년간 문제없이 이뤄졌던 비대면 진료를 그대로 할 수 있게 하되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최소한의 규제만 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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