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는 정복됐지만 매독은 지금까지도 인류를 괴롭히는 재앙적 전염병이다. 일본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매독 감염자가 늘어나기 시작, 지난해 1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사정이 심각해졌다. 특히 20대 여성 감염자가 많은데 채팅 앱을 통한 즉석 만남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일본과 가까이 있는 우리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매독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2019년 5954명에서 2021년 6293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잉카제국의 골칫거리였던 매독을 서양으로 옮긴 사람은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다. 매독균은 목동들이 기르던 라마에게서 인간에게 전파됐다고 한다. '매독(梅毒)'의 '매(梅)'는 매화나무 매자다. 매독으로 생기는 피부 궤양의 형상이 매화꽃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국에는 언제 처음 들어왔을까.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따르면 조선에서 '천포창(天疱瘡·매독)'이 처음 발견된 것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인 1510년 무렵이다. 서양에서 중국을 거쳐 들어왔다고 하니 속도가 참 빠르다. 19세기 후반이 되어 일본인 등 외국인들이 들어오면서 급속히 퍼졌고, 일제강점기에는 공창(公唱)이 매독을 퍼뜨린 진원지가 됐다. 매독이나 임질과 같은 성병은 화류계에서 비롯된다 하여 화류병으로 불리기도 했다.
매독에는 특효약이 없어 수은을 치료제로 쓰기도 했는데 부작용이 심각했다. 인육이 좋다는 황당한 소문까지 돌아 매독에 걸린 딸을 위해 아버지가 묘지를 파헤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20세기 들어서야 '살바르산' 등의 치료제가 개발돼 광고에 자주 실렸다(동아일보 1959년 6월 14일자·사진). 환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매독 치료의 신기원' '최신 특효약' '신발명' 등의 문구가 이채롭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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