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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3개 대형은행 '위기 대응 능력' 확인됐다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9 19:30

수정 2023.06.29 19:30

극심한 경기침체 상황 가정
연준 '스트레스 테스트' 모두 합격
약 700조 손실에도 자본요건 충족
FT "美은행시스템 신뢰 확인"
올해 상반기 중형은행들의 연쇄 도산을 겪은 미국에서 대형은행을 상대로 극한의 경제 위기를 버틸 수 있는지 평가하는 연례 재무건전성평가(스트레스테스트)가 진행됐다. 이번 평가 대상에 오른 23개 대형은행 모두 위기 속에서 버틸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대형은행 모두 극한 위기에서 생존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은 28일(이하 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의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해마다 미국에서 영업하는 국내외 대형은행들을 선별하여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했다. 올해는 23개 은행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연준은 '국제 금융 시스템상 중요한 은행'으로 분류된 은행, 지주사의 총자산 규모가 2500억달러(약 329조원) 이상인 은행 등을 평가 대상으로 지정했다.

연준은 올해 평가에서 상업용 부동산 가격 40% 급락 및 공실 급증, 주택가격 38% 하락, 최고 실업률 10%, 단기 금리 0% 등 극심한 경기침체 상황을 가정했다. 이어 평가 은행들의 지난해 말 자료를 토대로 은행의 재정건전성 변화를 계산했다.
평가 결과 23개 은행들은 총 5410억달러(약 700조원)의 손실을 입을 전망이나 모두 최소 자본 요건은 지킬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23개 은행의 평균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지난해 말 기준 12.4%에서 10.1%까지 2.3%p 감소하지만, 최소 기준치인 4.5%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은 보고서에서 자본 비율 감소폭이 지난해 감소폭(2.7%p)보다 작지만 평년 수준이라고 밝혔다.

은행별로 극한 상황에서 CET1 비율이 가장 높다고 예상되는 은행은 찰스슈왑(22.8%)으로 파악됐으며 가장 낮은 은행은 시티즌파이낸셜(6.4%)이었다. CET1 비율이 가장 크게 떨어진 은행은 독일 도이체방크의 미국 법인이었으며 다음은 스위스 UBS의 미국 법인이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은행 가운데 CET1 감소폭이 가장 큰 은행은 골드만삭스였고 다음은 모건스탠리였다. 두 은행 모두 동급 은행에 비해 위험자산 비율이 높았다.

■ 은행 연쇄 파산 가운데 신뢰 회복

지난해 스트레스테스트의 경우 34개 은행이 참여했고 예상되는 손실액은 6000억달러였으나 평가 은행들 모두 최소 기준을 통과했다. 이번 평가는 지난 3~5월 사이 실버게이트은행, 실리콘밸리뱅크(SVB),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연쇄적으로 파산하거나 팔린 직후 이뤄졌다.

과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2018년에 스트레스테스트 대상 은행의 자산 규모를 500억달러에서 2500억달러로 상향했고 그 결과 SVB와 시그니처은행 모두 집중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이들은 덕분에 매년 받던 스트레스테스트를 2년에 한 번씩 받거나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SVB는 파산 당시 2024년까지 스트레스테스트를 면제받은 상황이었다.

FT는 SVB가 최근 급격한 금리 상승에 따른 대량예금인출사태로 몰락했다며 이러한 설정은 스트레스테스트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SVB가 설령 평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통과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FT는 이번 평가로 미 대형은행들에 대한 신뢰가 다시 확인되었다며 은행주 강세를 예측했다.


마이클 바 연준 은행감독 부의장은 성명에서 "이번 검사 결과 은행 시스템이 여전히 강하고 탄력적이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번 평가를 통과한 은행들이 충분한 자본을 지녔다는 확인을 받았다며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을 늘릴 여유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일부 대형은행들의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약 1.5% 상승했다.

pjㅃ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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