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편향의 미국 대법원이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예상대로 4300억달러(약 567조원) 학자금 대출 탕감 계획에 제동을 건 것이 경제에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팬데믹 이후 학자금 대출 원리금 상환이 중단되면서 미 소비자들은 지난 3년 간 이 돈으로 주택 임대료, 자동차 할부금을 갚고, 다른 부채도 갚았다. 또 남는 돈은 저축이나 소비로 돌렸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9월부터는 학자금을 대출했던 4400만 미국인들이 다시 기존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CNN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는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경우 신용카드 최소 납부액처럼 최소 납부 기준은 어떻게든 충족해야 한다.
웰스파고에 따르면 대법원의 이날 판결로 미국인 4400만명이 앞으로 매달 평균 210~314달러를 학자금 대출 원리금으로 따로 떼어놔야 한다.
학자금 대출 상환 중단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2020년 3월 시작됐다. 팬데믹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행정부가 소비자들에게 직접 돈을 나눠주는 한편 학자금 대출 상환은 유예한 바 있다.
바통을 이어받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예 일부 학자금 대출 탕감을 추진했다.
그러나 공화당이 장악한 6개주 등이 이를 막아달라고 소송을 냈고, 연방대법원이 30일 정부 패소를 결정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AGF인베스트먼츠 미 정책전략책임자 그레그 밸리에리는 4400만명의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는 것은 경제에는 명백히 부정적인 소식이라면서 연간 약 700억달러가 경제에서 빠져나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밸리에리는 고객들에게 보낸 분석노트에서 월 원리금 상환 재개는 소비자들의 재량적 지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면서 경기침체 우려에도 상승 흐름을 유지하던 미 경제에 먹구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웰스파고도 3년간 중단됐던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는 것은 익숙치 않은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올해 말까지 소비 지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웰스파고는 융자금 상환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처분가능소득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결국 미 소비자 전체의 지출에 상당한 충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대부분은 대출 규모가 2만달러 이하여서 소비지출이 크게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웰스파고는 그러나 학자금 대출 규모가 10만달러 이상인 경우가 약 7%에 이른다면서 이런 가계의 소비지출은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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