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역전세 집주인 한숨 돌렸다...갭투자는 여전히 울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04 15:13

수정 2023.07.05 07:09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부동산 정책 중심이 '역전세 리스크 최소화'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봤다. 전세값 하락으로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던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한 대출에 숨통이 트여서다. 다만, 기존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보호하는 단기적 방안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연립·다세대주택에서 신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 전세보증금 반환 숨통

4일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개인 임대인(집주인)은 전세보증금반환목적대출규제를 완화했다. 전세보증금반환대출에 한해 기존 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하기로 했다.
DTI는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만 더하지만 DSR은 한 사람이 가진 거의 모든 빚을 더해 빌려줄 수 있는 자금을 정한다는 점에서 더 강력한 대출규제로 평가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가격이 수억원 급락한 일부 단지를 제외한 상당수 집주인들은 전세금 반환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한국은행 '5월 국내외 경제 동향 및 전망'에 따르면 올 4월 전국 기준 역전세에 해당하는 주택은 기존 전세보증금 대비 현재 전세가격이 평균 약 7000만원 낮다. 기존 전세금과 현재 전세가격 격차의 상위 1%는 3억6000만원 이상이다. 정부 시뮬레이션 결과 연소득 5000만원의 차주의 대출 한도(금리 4%, 만기 30년)는 DSR 규제 적용시 3억5000만원인데 비해 DTI 규제 적용시에는 5억2500만원으로 1억7500만원 늘어날 전망이다. 7000만원 이상 대출이 가능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에 효과가 두드러질 것으로 봤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수도권 기준으로 재계약이 도래하는 전세 보증금 규모가 233조원에 달해서다. 그만큼 역전세 위험 가구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약 중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4월 기준 서울은 48.3%(27만8000가구), 경기·인천 56.6%(40만6000가구), 비수도권 50.9%(33만8000가구)에 이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가격 낙폭이 컸던 부산, 대구, 울산, 세종시 역시 한시적으로 임차인의 전세금 미반환 리스크가 낮아지고, 전세금반환보증사고도 다소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빌라, 전세기피로 효과 미미할 듯

일각에선 정부 정책이 기존 세입자를 보호하는데 맞춰져 무자본 갭투자자는 대출 규제 완화 효과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기존 세입자에게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돌려주더라도 신규 세입자 전세금으로 대출금을 우선 상환해야하기 때문이다. 개인 여유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금만 대출 지원하면 전세금반환이 가능한 집주인들만 (정책이) 도움될 수 있다. 여기에도 해당되지 않는 집주인은 보유주택을 매도하는 것도 방편이다"고 말했다.

빌라(연립·다세대) 집주인은 신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세금 조달에 실패한 급매물이 늘어날 전망이다. 연립·다세대는 담보가치 인정비율이 낮은데다가 집주인이 이번 규제완화로 대출을 받아도 은행에 근저당권이 잡혀 세입자들이 더 기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빌라는 전세사기로 이미 세입자들이 기피하고 있다"며 "빌라는 아파트 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낮다. 아파트는 추가 대출이 어려울 시 매각을 통해 전세금 반환이 가능하지만 빌라는 이미 전세가율이 높은 상황에서 전세보증금만큼도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매업계는 단기적으로 경매물건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아파트 등은 대출 여력이 더 생겨 자금융통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세입자의 임차권등기명령 건수나 경매신청 건수는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입자의 주거 이동 제약이 완화될 것"이라며 "다만, 장기적으로 갭투자자는 대출증가와 이자 연체 위험성도 있는 만큼 연립·다세대 물건 중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올 하반기부터 전세 사기 시장 퇴출을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가 속속 시행에 들어간다. 오는 9월 말부터 나쁜 임대인의 이름과 주소, 미반환 보증금 등의 정보가 공개되고, 이달부터 등록임대사업자의 임대보증금 반환보증 가입도 한층 강화된다.
전세제도 개편 등 '임대차 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된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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