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방중 앞두고 협상 압박 속내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이 반도체 핵심 자원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키로 했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맞선 중국식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희토류 기술 수출 금지에 이어 또 다른 '자원의 무기화'다. 이렇게 되면 한국 등 다른 수입국도 '불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 최대 갈륨, 게르마늄 생산국이다.
■세계 최대 갈륨·게르마늄 생산 中
4일 중국 상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상무부와 해관총서(관세청)는 갈륨, 게르마늄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골자로 한 공고를 전날 냈다. 상무부는 "국가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무원의 승인을 받은 것"이라며 "8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금속갈륨, 질화갈륨, 산화갈륨, 인화갈륨, 갈륨비소(비화갈륨), 셀레늄화갈륨(셀렌화갈륨), 안티몬화갈륨 △금속게르마늄, 게르마늄잉곳, 인게르마늄아연, 게르마늄외연성장기판, 이산화게르마늄, 사염화게르마늄이 수출 통제 대상이다.
이들 자원을 수출하려면 최종 사용자와 최종용도 증명서, 수입업자에 대한 소개 등을 문서를 갖춰서 중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책임을 추궁한다는 문구도 공고에 들어 있다. 중국산 반도체 소재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사실상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중국에서 전략 자원으로 인식된다. 갈륨은 은백색의 희귀금속으로 토양에서 함량이 적고 알루미늄, 아연 등 광물과 함께 생성되기 때문에 추출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은 300t 수준에 불과했는데, 이 가운데 290t이 중국에서 나왔다. 세계 갈륨 매장량은 27만9300t이며 중국 비중은 약 68%인 19만t에 달한다고 중국 매체 증권시보는 설명했다. 공고에서 언급된 산화갈륨, 질화갈륨, 갈륨비소, 안티몬화갈륨 등 갈륨 대부분은 반도체 소재다. 이 중에서 질화갈륨은 가장 대표적인 3세대 반도체 소재 중 하나로 꼽힌다.
■韓 등 불똥 우려...美상무장관도 中찾나?
따라서 중국이 다음 달부터 이들 자원의 수출에 대한 본격적인 통제에 들어갈 경우 한국과 대만, 미국 등 반도체 주요 생산국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당국이 수출업자의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미루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지속적으로 반려 혹은 거부해 수입국의 재고가 소진될 경우 문제는 보다 심각해진다. 반도체는 생산 설비를 한 번 멈췄다가 다시 돌리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국가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라는 전제를 달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특유의 광범위한 잣대를 외교 상황에 맞춰 들이댈 가능성도 충분하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의 중국 방문을 사흘 앞두고 이 같은 공지를 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일부에선 미국의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제재를 비롯한 다양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속내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수출 문제는 상무부 관할이므로 옐런 재무장관의 역할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지난 5월 미국으로 건너가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장을 만난 만큼 조만간 답방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j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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