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UV 렌즈 소재 연구단
독점적 소부장시장 구조 깨기 위해 R&D
소부장 모두 국내 있어야 '밸류체인' 완성
[파이낸셜뉴스] "선진 기업들은 10~20년에 걸쳐 개발한 자외선(UV) 렌즈 제작용 단결정을 개발이력이 전무한 우리나라에서 3년 만에 만들어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김학용 자외선(UV) 렌즈 소재 연구단 단장은 5일 렌즈 제작용 단결정 소재업체인 KXT 정은진 대표가 가져온 형석(불화칼슘) 단결정을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6억 달러(약 7800억원)를 넘어선 반도체 장비시장에서 최근 국내 기업이 선전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세계 최고 수준 렌즈 개발
수많은 단계를 거쳐 만들어지는 반도체 웨이퍼는 미세한 선을 그려 회로를 만든다. 웨이퍼 위의 선이 끊어져 있는지, 먼지가 달라붙어 있는지를 각 단계별로 검사할때 UV 특수 현미경을 사용한다.
연구단에 따르면 반도체 검사장비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기준 6억 달러로 연평균 14.7%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100% 수입해 쓰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 제조공정 중 측정과 검사단계가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있지만 검사장비에 들어가는 자외선(UV) 렌즈용 단결정은 아직까지 국내 개발이력이 전무하다.
UV 렌즈 소재 연구단은 지난 2021년 2월 출범해 2025년 12월까지 57개월간 총 133억원을 투입해 특수 카메라용 UV 렌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학용 단장이 속해 있는 한국표준과학원을 비롯해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세라믹기술원, 공주대, 경희대가 참여하고 연구소 기업인 KXT가 가세했다.
연구단은 현재 R&D 2단계에 돌입했다. 렌즈가 아직 상용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천천히 성능을 높여가고 있다. 김 단장은 "최종 5년째 접어들면 세계 최고 수준의 렌즈를 만들게 될 것"이라며 "독일과 일본 업체의 렌즈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든 경제 무기화 가능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에 최근에야 검사장비 업체가 생겼지만 소재와 부품을 전량 수입해 오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해외 메이저 검사장비 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일부 국산 장비 도입도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언제든 해외 경쟁국에서 경제 무기화가 가능하다.
검사장비에 들어가는 UV 렌즈는 형석(불화칼슘) 분말을 고온에서 결정 형태로 만든 뒤, 오목렌즈나 볼록렌즈로 만들어 사용한다. 고성능 렌즈를 만드는 과정이 어렵고 제작기업도 한정돼 있어 금보다 비싸다. 정 대표는 "단결정 소재비만 200만~3000만원"이라며 "이것으로 가공해 렌즈를 만들면 1개당 1억원"이라고 말했다.
이런 렌즈는 가격도 비싸지만 해외업체의 검사장비 설계에 적합하도록 만들어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해외 렌즈 제작업체가 자국의 장기기업 말고는 다른 기업에 팔지도 않는다. 그렇다보니 해외기업들의 특허도 피해야 해서 R&D가 쉽지 않다. 김 단장은 "검사장비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재부터 부품, 최종 장비 제조기업까지 모두 국내에 있지 않으면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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