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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에 직면한 푸틴 [fn기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07 06:00

수정 2023.07.07 08:34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
-푸틴의 러시아 단일지도체제, 프리고진의 반란으로 불확실성 조성
-BBC 러우전쟁 러 측 사망자 25000여명 러시아 국민 불안감 증폭
-푸틴, 프리고진의 정적 전락...러우전쟁서 푸틴의 승리 불확실
-우크라 사기충전, 푸틴 외교무대서 왕따 국제무대 복귀도 불확실
-러시아·북한 일류사의 문명 퇴보, 자유민주주의의 가치 되새겨야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
‘강한 러시아’ 부활을 꿈꾸던 KGB(1954년부터 1991년까지 존재했던 옛 소련정보기관이자 정치경찰) 출신 야심가 푸틴은 옐친을 만나 정치에 입문한 후 승승장구한다. 1999년에는 옐친에 의해 부총리 겸 총리대행으로 임명된 후 2000년에 대선에서 승리하여 드디어 권력을 거머쥔다. 그 후 세 번의 대통령직, 한 번의 총리라는 거침없는 행보를 통해 자신 앞에 놓인 불확실성을 하나씩 제거하며 완벽해 보이는 독재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구소련은 집단지도체제였지만 푸틴의 러시아는 단일지도체제로 만든 셈이다. 그런 푸틴에게 프리고진의 반란은 충격 그 자체였을 것이다.
한편 프리고진의 반란은 국내 정치 뿐 아니라 복합적으로 푸틴 앞에 놓인 길을 불확실하게 만들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권력의 불확실성이다. 총리직까지 포함하면 푸틴은 약 23년간 철권통치를 이어오고 있다. 2008~2012년에는 메드베데프를 꼭두각시로 내세워 대통령으로 세워놓을 정도로 그에 도전하는 정치세력은 존재할 수 없었다. 정적이 부상하면 그를 제거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2020년 알렉세이 나발니를 독극물로 제거하려던 게 대표적이다. 그런데 프리고진의 반란으로 푸틴은 실체적인 도전을 허용하는 꼴이 되었다. 반란은 중단되었지만 러시아 국민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런 사실을 알았다는 점에서 반란 허용 그 자체로 인해 푸틴은 권력수호에 불확실성이 조성됐다.

둘째, 국민 지지의 불확실성이다. 전쟁 초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불안해진 러시아 국민 일부가 해외로 짐을 챙겨 나갔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군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BBC에 따르면 러시아 측 사망자가 2만5000여명에 달한다. 공포정치로 목소리를 강하게 내지 않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푸틴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전격적으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프리고진의 반란으로 국민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 지지의 불확실성이 더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전쟁 승리의 불확실성이다. 푸틴은 전쟁에서 승리하고자 용병을 이끄는 프리고진에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승리는커녕 되레 자신의 정적이 되는 함정에 빠졌다. 이에 국제사회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군은 이제 러시아를 우습게 보면서 사기가 충전되는 상황이다. 푸틴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 더 불확실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넷째, 외교무대 복귀의 불확실성이다. 푸틴은 부당한 전쟁을 일으킨 지도자라는 낙인으로 사실상 외교무대에서 ‘왕따’가 된 상태다. 그런데 내부 반란으로 외교무대에 얼굴을 내밀기가 더 궁색한 지경이 되었다. 더욱이 반란 세력이 주로 범죄자로 구성된 바그너 그룹이라는 점에서 푸틴은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전쟁도 지지부진하고 국내 정치도 꼬이게 된 푸틴에게 국제무대 복귀는 여전히 불확실한 무대인 것이다.

이처럼 푸틴을 불확실성으로 둘러싸이게 만든 프리고진을 암살하라고 명령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독재로 공포정치를 자행하고 도전자는 암살하겠다는 설치는 모습은 인류사 측면에서 보면 그야말로 문명의 퇴보 그 자체다. 인류사와 문명을 퇴보시키는 모습은 비단 러시아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우리 바로 위쪽 북한에서 유린당하는 인권도 인류 퇴보의 단면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유의 중요성,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지키려는 강인한 의지와 땀방울 없이는 자유와 민주주의는 금방 시들기 때문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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