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투자자들의 밈주식 열풍이 무모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초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의 목욕·가정용품 소매체인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 주식에 투자자들이 지금까지 2억달러 가까이를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론상 사실상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이 주식에 개미들이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BB&B, 장외시장에서 300% 폭등
밈주 열풍을 타고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던 BB&B가 5월 미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이에따라 상장폐지됐지만 개미들은 계속해서 장외시장(OTC)에서 BB&B를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평가 속에서도 주가는 OTC에서 300% 가까이 폭등했다.
거래도 활발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 데이터를 인용해 파산보호 신청 이후 BB&B 주식이 장외시장에서 하루 평균 1800만주가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개미 투자자들이 주식관련 정보를 서로 주고받는 인터넷 사이드 레딧의 월스트리트벳츠 창에서는 BB&B가 재기에 성공한다는 이른바 턴어라운드 이론이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다.
돌연변이 밈주 열풍
올해 약세 지속 전망과 달리 강하게 반등한 뉴욕증시 흐름이 개미들을 또 다시 위험한 투자로 내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올 상반기 30% 넘게 폭등해 상반기 상승률로는 40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바 있다.
그동안 애플,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메타플랫폼스, 테슬라 등 일부 대형 기술주에만 국한됐던 주가 상승세가 전 종목으로 확산되는 흐름도 이같은 무모한 투자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은 "랠리를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FOMC)"속에 앞다퉈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
BB&B를 담당했던 루프캐피털마켓츠의 앤서니 추쿰바 애널리스트는 "이는 밈주 열풍의 연장이자 거의 돌연변이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추쿰바는 "테슬라나 게임스톱 등의 가치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쟁이 가능하다"면서 "이들은 아직 활동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BB&B 기업가치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우리 모두 실제 가치가 어떤 지 이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파산한 기업은 청산가치 외에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청산가치 마이너스
BB&B는 청산가치도 현재 마이너스(-) 상태에 있다.
5월초 법원에 제출한 파산보호신청서에서 BB&B는 부채가 52억달러, 총자산은 고작 44억달러라고 보고한 바 있다. 자산을 모두 팔아도 부채를 다 갚을 수 없다는 뜻이다. 기업을 청산하고 나면 채무지급 후순위인 주주들에게 돌아갈 돈은 거의 없다.
이 주식이 OTC에서 영원히 거래되는 것도 아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전략가 스티브 소스닉은 파산을 선언하면 주식이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되고, 액면가의 일부만이 반영된 상태로 OTC에서 거래된다고 설명했다.
소스닉은 파산보호에 들어간 기업들이 재기할지, 아니면 결국 청산으로 갈지는 수개월에서 수년 뒤에야 결정된다고 말했다. BB&B가 청산하기로 결정이 되면 결국 주식 투자자들은 휴지조각만 갖게 되는 셈이다.
그는 채권시장에서 BB&B 회사채는 액면가 1달러짜리가 0.02달러에 거래된다면서 이는 BB&B 주식이 사실상 휴지조각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BB&B는 더 이상 회사 이름도 쓸 수 없게 됐다. 지난주 온라인 소매업체 오버스톡닷컴이 BB&B 브랜드 재출범을 선언하고 관련 지적재산권을 2200만달러에 사들였다. BB&B의 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증시 상승세 속에 개미들의 무모한 투자에도 다시 불이 붙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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