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탈리아 수도 로마의 2000년 된 유적이자 세계적 관광지인 콜로세움의 벽면에 자신과 여자친구의 이름을 새겨 넣어 전세계의 공분을 산 영국인 관광객이 “오래된 유적인 줄 몰랐다”며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그는 콜로세움이 얼마나 오래된 유적인 줄 몰랐다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지만, 발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일 메사제로’에 따르면 영국에 사는 27세 이반 디미트로프는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과 로마 검찰에 사과 편지를 보냈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심각성을 이제야 깨달았다면서 “전 인류의 유산에 피해를 준 것에 대해 이탈리아 국민과 전 세계에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디미트로프는 거액의 벌금과 징역형을 모면하려는 듯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이 일이 일어난 후에야 그 유적(콜로세움)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알게 된 것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콜로세움의 연대를 모르고 저지른 일인 만큼 선처해달라는 것이다.
콜로세움은 서기 80년에 건립된 지상 4층, 5만명 수용 규모의 원형경기장으로 과거 로마제국은 물론 현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손꼽힌다.
연간 6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콜로세움은 그 상징성만큼이나 관광객의 훼손 행위에 대한 처벌도 무거운 것으로 유명하다.
문화유산 훼손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디미트로프는 유죄가 확정되면 최소 1만5000유로(약 2150만원)의 벌금과 최대 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앞서 그는 지난달 23일 열쇠를 이용해 ‘이반 + 헤일리 23’(Ivan + Hayley 23)이라고 자신과 여자친구의 이름을 콜로세움 벽면에 새기는 영상이 SNS에 공개돼 이탈리아 국민의 공분을 샀다.
그는 지나가던 사람이 이 황당한 상황을 카메라에 담자 얼굴을 돌리고 미소를 짓는 여유까지 보였다.
영상이 퍼지면서 이탈리아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자, 문화부 장관까지 나서 엄벌을 약속했다. 이탈리아 경찰은 닷새 만에 신원을 확인했다.
디미트로프의 변호사 알렉산드로 마리아 티렐리는 ‘일 메사제로’에 “이 남성은 자국에서는 엄벌에 처할 수 있는 행위도 이탈리아에서는 무엇이든 허용된다고 경솔하게 믿는 외국인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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