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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죄' 짊어진 美, 아이티 치안 유지 다국적군 파병 촉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06 10:55

수정 2023.07.06 10:55

美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아이티에 다국적군 파병 촉구 아이티, 갱단이 국가 집어삼킨 무법지대
지난 4월 25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현지 경찰이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월 25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현지 경찰이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부가 플로리다주에서 약 1300km 남쪽에 위치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의 상황을 경고하며 다국적군 파견을 주장했다. 아이티에 또다시 외국 군대가 들어간다면 2017년 유엔 평화유지군 철수 이후 약 6년 만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의 토니 블링컨 장관은 5일(현지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 수도 포트오브스페인에서 열린 카리브공동체(카리콤·CARICOM)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우리는 치안 유지를 위한 아이티 정부의 다국적군 파병 요청을 지지한다"며 "아이티 국민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 질서를 회복하고자 하는 심정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국적군을 주도할 국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카리콤 의장을 맡은 도미니카 연방의 루스벨트 스케릿 총리는 블링컨을 소개하며 "아이티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미국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이미 비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1804년에 프랑스에서 독립한 아이티는 프랑스의 경제 제재로 극심한 가난을 겪었다. 이후 미국은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에 독일로부터 파나마 운하를 지켜야 한다며 운하와 가까운 아이티를 침공했고 1934년에나 철수했다. 미국은 이후에도 냉전 시기를 거치면서 쿠바의 공산 정부를 견제한다는 명목으로 아이티 정치에 끊임없이 개입했다. 아이티는 냉전시기 미국의 지원을 받은 뒤발리에 부자가 대를 이어 29년 동안 통치했으며 이어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가 집권했으나 2004년에 내전으로 축출됐다. 같은해 아이티에는 유엔 평화유지군이 파견되어 2017년까지 주둔했다. 한국 역시 파병에 참여했다. 아이티는 과거 6·25전쟁 당시 한국에 2000달러의 경제원조를 제공했으며 이는 현재 가치로 약 100억원에 가까운 돈이다.

아이티의 불안은 2010년 대지진 등을 겪으면서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2021년에는 조브넬 모이즈 당시 대통령이 암살당하면서 극도의 혼란이 시작되었다. 아이티 정부는 대통령 암살과 함께 기능을 상실했고 올해 1월에는 남아있던 상원의원들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의회조차 사라졌다.

현재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80%는 갱단이 지배하고 있으며 인구 1100만명이 넘는 국가에서 겨우 1만3000명의 현역 경찰관이 질서 유지에 나선 상태다.


이에 아이티의 아리엘 앙리 총리는 국제사회에 치안을 복구할 병력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에 아이티에 평화유지군 파견을 제안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내놓았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1일 아이티를 찾아 국제적인 군대 파견을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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