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서울 종로의 그룹 본사인 SK서린빌딩 등 주요 사옥의 장애인 접근성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난 달 불의의 발목 부상 이후 목발 신세인 최 회장이 직접 체감한 불편함을 제시하면서 그룹 전반의 친장애인 개선 작업에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SK는 서린빌딩을 비롯해 그룹사가 입주한 건물의 장애인 편의시설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겪어보니 불편 더 알겠다"
9일 SK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SK서린사옥을 비롯해 SK 주요 건물들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조사와 개선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최 회장이 이런 지시를 내린 것은 지난 6월 운동 중 부상으로 목발 신세를 진 것이 결정적이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최근 발목 부상으로 목발로 이동하면서 장애인의 불편을 몸소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SK서린빌딩은 건물 내 장애인 편의시설을 충분히 확충한 편이다. 실제로 빌딩 내부에는 시각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음성안내 서비스 엘리베이터, 점자가 포함된 엘리베이터,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양문 개방형 문, 장애인 화장실 등이 다양하게 설치돼 있었다.
부산엑스포 유치 등 '목발 행보' 불가피
그럼에도 최 회장이 장애인의 애로를 절감하면서 장애인 접근성 개선작업은 속도감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평소 사회적 가치(SV) 창출을 통한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핵심 경영철학으로 삼은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SK그룹의 장애인 채용도 꾸준히 늘어 2021년 말 기준 장애인 임직원 수는 713명이다. 지주사인 SK㈜의 경우 2018년 58명에서 2019년 102명, 2020년 144명, 2021년 165명으로 늘었다.
여기에 장애인 자립과 성장 지원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 양성 및 취업지원, 구성원 참여 행복 정보통신(IT) 장학사업, 장애인 IT인재 자립을 위한 사회적기업(SE) 지원 등도 병행하고 있다.
최 회장은 부상 이후에도 국내외에서 목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한일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를 비롯해, SK그룹 확대경영회의,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등을 소화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회사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일정으로 무리하다보니 발목 부상이 호전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과 반도체 등 불안한 경영환경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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