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외국산 휴대전화 사용자를 '배반자'로 몰아
단속 시 가족 피해 언급하며 공포심 유발
[파이낸셜뉴스]
단속 시 가족 피해 언급하며 공포심 유발
북한 내부 소식을 주로 다루고 있는 데일리NK는 9일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손전화기(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거나 단 한 번이라도 사용했다면 자수하라’"는 북한 국경 지역 보위부의 강압 내용을 공개했다.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 인민반들에서는 담당 보위원과 도 보위국 보위원의 참가하에 인민반 회의가 진행됐으며 회의의 내용의 중심은 휴대전화를 내놓으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회의에서 보위원들은 ‘국가가 중국 손전화기를 감추고 몰래 사용하는 문제를 계속해서 지적하고 있으나 아직도 우리 내부에 중국 손전화기로 외부와 통화하는 인간 추물들이 있다’면서 ‘적들이 던져주는 자그마한 돈에 눈이 멀어 정보를 유출하는 등 사회주의 우리 조국을 배반하는 배반자의 길을 자기도 모르게 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정신을 바로 차리고 담당 보위원이나 법기관에 스스로 찾아가 자수·자백을 한다면 죄과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백지화해 줄 것이지만, 말귀를 못 알아듣고 불법 손전화기를 계속 사용하다 걸리면 그때는 이미 늦었을 것이며, 눈에 핏물이 흐를 정도로 때늦은 후회를 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여태까지 해온 회유와 압박은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 어떤 내용의 강연회나 회의를 수백 번 진행해도 수백 번 다 주민들의 비난만 받게 될 것"이라고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코로나 기간 중국 손전화 사용자들이 없었다면 더한 곤궁에 처했을 것이라며 생활고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중국 손전화 사용자들을 배반자라고 비난하면서 자수 자백만 지속 강요하고 있으니 주민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북한은 코로나 이후 국경을 봉쇄하면서 정보 유출입 통로인 불법 외국산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주민들에 대한 소탕전과 섬멸전을 벌이는 등 강력한 단속을 지속해 오고 있다.
하지만 국경 지역에서 외국산 휴대전화를 통해 외부와 연락하는 주민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 또다시 강한 협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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