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경제대국 흔드는 마약, 국제협력으로 뿌리 뽑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09 17:52

수정 2023.07.09 17:52

불법 막는 글로벌연합 출범
과거 청정국 명예 회복하길
박진 외교부 장관은 7일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주최한 '합성마약 대응을 위한 글로벌 연대' 장관급 화상회의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박진 외교부 장관은 7일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주최한 '합성마약 대응을 위한 글로벌 연대' 장관급 화상회의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마약 문제로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국가별 대응이 한계에 도달해 다국적 협의체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미국 주도로 지난 7일(현지시간) 출범한 '합성마약 위협에 대응하는 글로벌 연합'은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을 비롯해 합성마약 유통을 근절하는 게 설립 목표다. 앞으로 마약 불법제조와 밀매 방지를 비롯해 새로운 불법유통 경로 파악 및 적발을 위한 구심점이 될 전망이다. 각국이 손발을 맞춰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도록 3개의 전문가 패널회의도 소집할 계획이다.


이번 다국적 협의체 출범은 마약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우리나라에 매우 반가운 일이다.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뚫고 들어오는 마약에 우리나라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어서다. 다국적 협의체 출범에 한국도 적극적 동참이 필요한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다국적 협의체 출범을 미국이 주도하는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 최강 미국마저 펜타닐 확산으로 국가의 뿌리가 흔들릴 지경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8~49세 미국인 사망의 첫 번째 이유는 합성약물로, 특히 펜타닐"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마약 유통을 막는 데 미국마저 고전하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불법으로 만들기 위한 원료가 중국에서 주로 공급되고 있어서다. 양국 간 글로벌 패권경쟁과 무역보복 탓에 중국의 협조가 미온적이다. 중국과의 지정학적 거리를 따져보면 미국보다 한국이 더 위험지대라고 볼 수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요청도 묵살되는 판에 한국이라고 통할 리 없다.

미국이 마약 판매의 온상이 되면 다른 국가들도 위협의 표적이 될 우려가 크다. 미국 시장이 포화되면 다국적 범죄기업들이 이익 확대 차원에서 신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다. 우리나라가 범죄기업의 표적에서 비켜갈 거란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의 마약 유통경로도 기존 모니터링 체제로 적발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해졌다.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가 발간한 '2022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인터넷 등을 이용해 해외 마약류 공급자와 연락이 용이해져 국제우편물을 이용한 마약류 구입사례가 늘었다.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 마약류 사범이 늘어난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적발된 마약류 사범 중 30대 이하가 1만988명으로 총인원 대비 59.8%를 기록했다. 외국인 마약류 사범이 증가한 점도 단속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마약에 국가가 흔들린다면 경제강국이란 타이틀이 무슨 소용이 있나. 그렇다고 마약 문제는 국내 자력만으로 풀 수 없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필리핀도 소기의 성과 달성에 실패했다. 결국 마약 근절은 국내의 대응력, 해외 기관과의 긴밀한 공조가 동시 가동해야 가능하다.
국내 마약 유통을 추적하는 전담수사팀을 강화하고 글로벌 협력에 적극 나서 마약청정국 명예를 회복하길 바란다.


fnSurvey